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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흔들리는 북한> ① 북한 간부들, 김정은 '공포정치'에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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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중간 간부 '엑소더스' 움직임…"최근 10여명 한국 망명"

횡령이나 불륜 저지르고 '공포정치' 탓하는 것 검증도 필요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최근 북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위 간부들에 대한 잇단 숙청과 처형에 신변에 위협을 느낀 중간 간부들의 동요와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대북 소식통은 6일 "당·정·군 간부들의 탈북과 망명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조짐은 북한 내부 인사들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해외 간부들 사이에서 뚜렷하다.

이 소식통은 "해외에 나가 있던 북한 간부와 외화벌이 일꾼 상당수가 동요하고 있으며 이중 10여명이 한국으로 들어왔고 일부는 제3국에 체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 탈북단체 대표의 증언은 한층 더 구체적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 선양(瀋陽)에서 만난 북한 사업가들은 '젊은 놈(김정은)한테 모욕당하고 있고 어린애들 세상이 됐다'면서 '당장 튀고 싶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나왔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비자금을 담당하는 노동당 39호실에서 홍콩으로 파견됐다가 올해 초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온 중견급 간부는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두려워 탈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김정은의 비자금을 담당하던 조선대성은행 간부가 벌어들인 돈을 김정은에게 바치지 않고 한국으로 망명했으며 국가안전보위부 간부 1명도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과 정부 간부들 외에 북한군 고위 장성들도 탈출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실명을 언급한 북한 군부 장성의 국내 망명설도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언론은 2000년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측 차석대표로 참석했던 박승원 인민군 상장(한국의 중장급)이 러시아를 통해 국내로 들어와 우리 정부에 신병이 인계됐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는 또 노동당 39호실의 부부장급 인사 이모씨를 비롯한 39호실 간부 3명이 국내에 들어와 있다고 폭로했다.

사실이라면 동요 수준을 넘어 북한 권력층 하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 측은 이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고 신빙성이 떨어진다", "사실과 다르다" 등 입장을 내놓으면서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북한 간부들의 탈출 러시가 사실로 드러난다 하더라도 개인의 일탈을 '정치 망명'으로 포장한 게 아닌지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횡령이나 불륜 등을 저지르고 북한을 탈출한 인사들이 망명 이유를 '공포정치' 탓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폭압통치 스타일을 봤을 때 탈출 러시 같은 여파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면서도 "다만 체제 불안의 전조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북한 간부들의 '엑소더스' 움직임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지난 2013년 12월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은신해있던 인물들이 최근 들어서야 움직이기 시작했거나 최근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처형으로 딴 생각을 품는 간부들이 더 늘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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