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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리아 팔미라 유적지서 어린이들이 정부군 총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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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고대 원형극장서 25명 처형

시민 수백 명은 객석에서 지켜봐

5월 21일 점령 후 찍은 동영상 공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4일(현지시간) 시리아 팔미라의 고대 원형 극장에서 시리아 군인들을 집단 처형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IS의 공식 인터넷 매체 ‘알푸르칸’이 공개한 이 영상에서 시리아 정부군 25명은 IS의 흑백 깃발이 세워진 원형 극장 무대 위에 일렬로 나란히 앉아있다 총살 당한다. 총을 쏘는 IS 조직원들은 모두 어린이 혹은 10대 초반의 청소년들이었다. 원형 극장에는 수백여 명의 시민들이 시리아군의 처형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이 영상에 대해 “지난 5월 27일 이뤄진 처형을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SOHR의 주장대로라면 IS가 팔미라를 점령한 5월 21일 직후 촬영된 동영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IS는 지난 5월 이후 팔미라에서 민간인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처형해왔다. 마모운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원형극장을 처형 장소로 정한 것은 IS에게는 인류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팔미라 고대 유적지를 대하는 IS의 미개함과 잔인함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IS가 이번 영상을 공개한 것은 팔미라를 되찾으려는 시리아 정부군에게 겁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됐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IS가 본격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팔미라를 본격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팔미라는 로마제국의 콜로네이드 거리와 원형 경기장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막의 베니스’라고 불리며 연간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던 고대 유적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2일 “IS가 지난달 27일 팔미라 박물관 바로 앞에 전시된 ‘알랏의 사자상’을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교 이전에 아랍 지역에서 숭배되던 여신의 이름을 딴 이 사자상은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진 높이 3m의 대형 유물로, 팔미라 고대유적 중 가장 가치가 큰 유적이다. 압둘카림 청장은 “사자상을 보호하기 위해 금속판과 모래주머니를 쌓아두었다”며 “IS가 사자상까지 파괴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지난 3일 IS 알레포 지부를 자처하는 한 웹사이트에는 한 IS 대원이 팔미라 유물인 흉상을 쇠망치로 마구 부수는 모습이 공개됐다. IS는 “이 유물은 팔미라에서 밀반입된 흉상 6개”라며 “이슬람 교리에 따라 유물은 파괴하고 밀반입자에게는 채찍질을 가했다”고 밝혔다. SOHR은 “흉상이 진품인지 아니면 IS가 갖고 있던 모조품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IS는 올해 들어 팔미라뿐 아니라 고대 아시리아 도시 님루드와 코르사바드에 있는 유적들을 파괴해왔다. CNN은 “IS가 파괴했거나 파괴될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의 경제적 가치는 1조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S가 고대 유적를 파괴하는 데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 번영을 누렸던 이교도의 문화 양식을 인정하지 못하는 극단주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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