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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나라 재정 지키려다 복지·가계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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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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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소극적 재정운용에 복지 공약 후퇴

민간자본 의존 지나쳐 공공성 훼손

가계빚 급증…재정정책 변화 필요


정부가 적극적 재정 운용에 나서지 못하는 데 따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 첫해부터 기초연금 공약에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애초 65살 이상 노인 모두에게 매달 20만원씩 주기로 했지만 소득 상위 30%에 못 미치는 이들을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국무회의에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세수 결손이 크다”며, 부족한 재정 여력을 공약 불이행의 근거로 들었다.

초등돌봄교실이나 고교무상교육 따위의 공약도 같은 이유로 축소 시행되거나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부처에 국고보조 사업을 일괄적으로 10%씩 줄이라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보조사업 규모(255개·26조1800억원)가 다른 부처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런 방침은 복지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소극적 재정 운용은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8일 ‘민간투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민자를 끌어들여 7조원 규모의 공공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상수관망·정수장 개선과 하수 및 폐수 처리시설 보수 등이 사업 대상에 올랐다. 이를 두고 정부는 ‘창의적 재정 사업’이라고 했지만, 실은 공공사업에 나랏돈 대신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재정의 소극적 역할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을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국제 비교에서 우수한 쪽에 속하지만, 가계 건전성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지난 2월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매킨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국가총부채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35.2%로, 분석 대상 16개국 중 5번째로 높았다. 이에 비해 정부 부채의 비중(19.1%)은 분석 대상국가 중에 3번째로 낮았다.

가계부채는 지난 7월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무게를 두면서, 60조원 남짓(가계신용 기준, 2014년 6월 말~2015년 3월 말) 더 늘었다. 가계부채 대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의 한 고위 간부는 “가계 부채의 상당부분은 소득이 낮은 계층이 생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끌어온 빚”이라며 “가계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서 근본적인 재정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복지 지출을 확대하면, 정부가 재정으로 충당하는 부분이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가계 빚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세종/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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