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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중국 버스 사고 현장 가보니…“30년 된 4m 폭 다리 이제껏 보수공사 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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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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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공무원 탑승 중국 버스 추락

2일 오후 한국인 1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버스 사고 현장인 중국 지린성 지안과 단둥 사이에 있는 량수이조선족 마을 부근 다리 현장에 가보니 사고 당시 충격으로 다리 난간이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시멘트로 된 다리 난간이 20m 가까이 다 부러져있었다. 높이 1m 가량인 난간은 1미터 간격 정도로 서 있었고, 개수로 따지면 16개 이상이 부러져있었다. 다리 높이는 7~8m 정도로 다리 근처에 부상자와 사망자 소지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 다리 난간이 부서진 범위로 보아서는 버스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운행했던 것으로 보였다. 다리 난간 자체는 그리 튼튼해 보이지 않았다. 쇠꼬챙이 같은 가느다란 철근이 시멘트 난간 하나 당 너댓개 정도 들어있었다. 당국은 사고 현장을 나무로 얼기설기 대충 쳐서 가로막아 놨다. 다리 들머리에는 폐회로텔레비전(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사고 조사당국은 승객들이 안전띠를 매고 있었다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 밝혀
중국 당국, 정확한 사고원인 안밝혀
부상자들, 지안서 창춘으로 이송
사망자 10명은 지안 장례식장에


“심하게 부서진 차 안에서 한국어로 도와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중국 지린성 지안시 량수이병원 소속 의사 리진성은 2일 중국 <신경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날 지안에서 발생한 한국 공무원 탑승 버스 추락 현장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지방공무원 24명을 포함한 한국인 26명을 태운 사고 버스는 1일 오후 3시30분(한국시각 오후 4시30분)께 지안과 단둥 사이에 있는 량수이조선족 마을 부근 다리에서 하천으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현장에 도착한 지안시 의료진 10명이 의식이 없는 승객들에게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등의 긴급조처를 취했지만, 6~7명은 그 과정에서 숨졌다. 리진성은 “버스에서 마지막으로 실려 나온 3명은 이미 (맥박 등) 생명 신호가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 아직 중국 당국은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여전히 당국이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라고만 보도했다. 선양총영사관 관계자도 “아직 사고 원인은 파악되지 않는다. 현재 그걸 말할 단계가 아니고, 우선 환자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1일 어둠이 내리기 전에 모두 정리된 상태다.

사고발생 지점은 지안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곳으로 압록강과 훈강이 만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한 마을 주민은 <신경보>에 “사고가 난 다리인 와이차 다리는 폭이 4m가량으로 지은 지 거의 30년이 됐으나 그동안 보수공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지안~단둥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울퉁불퉁하고 굴곡 많은 산길이라 과속하면 쉽게 사고가 나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은 이곳에서 이번처럼 심각한 교통사고가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부상자들은 원래 사고 발생 장소인 지안에 있다가 2일 모두 지린성 성도인 창춘 시내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들은 침상에서 붕대를 팔다리에 감거나 링거를 꽂은 채 진료를 받고 있다. 한국인 부상자 16명 중 생명에 지장이 없으나 골절 등 중상자가 10명이며 비교적 부상이 덜한 이들은 6명이다. 한국인 사망자 10명의 주검은 사고 현장에서 가까운 지안 시내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사고 수습을 위해 정부는 2일 오전 정재근 행정자치부 차관이 이끄는 사고수습팀 11명을 중국 현지로 급파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서중석 원장과 법의관 등으로 구성된 4명의 ‘희생자 관리단’도 긴급 파견할 계획이다. 장례 절차와 보상 등에 관한 협의도 현지에서 시작한다. 사망자들은 공무원연금법의 공무원 상해 사망 규정에 따라 보상을 받게 된다. 이들은 각 자치단체로부터 지방행정연수원으로 교육파견 발령을 받아 연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공무 중 사망·부상’에 해당된다.

창춘/성연철 특파원, 음성원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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