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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건강]기침·고열…사망까지 메르스의 ‘시작과 끝’ 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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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명받는 ‘한국인 사망 원인 6위’ 질환

▲ 대부분 환자 최초 증상 ‘오인’

패혈증·결핵 등 치명적 합병증

젊은층보다 사망률 최대 5배

65세 이상 노인 백신 접종 필수


국내 첫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는 폐렴 증상으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하면서 1차 유행을 촉발시켰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3일간 입원했다가 2차 유행을 일으킨 14번째 환자도 확진 전까지는 폐렴 치료를 받았다.

지난달 10~11일 전국 병원을 대상으로 ‘폐렴 환자 전수조사’가 벌어졌다. 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를 단순 폐렴 환자로 오인하고 일반 병실에 방치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방역당국은 이를 통해 115번째 환자를 새로운 확진자로 발견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메르스 사태 와중에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폐렴은 한국인의 10대 사망원인 중 6위, 감염질환에 의한 50대 이상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2013년 진료통계를 보면 폐렴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140만4460명, 이 중 입원치료를 받은 숫자는 29만8734명이었다.

경향신문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폐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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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폐로 들어가면서 폐에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초기엔 폐의 정상적인 방어기능이 저하되면서 기침, 가래, 고열 등이 나타난다. 이와 함께 구역질·구토·설사 등 소화기 증상과 두통,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등 전반적인 신체 질환이 동반되며 심해지면 호흡곤란이 생긴다.

건강한 성인은 폐 속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 당뇨병·천식·결핵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폐렴이 쉽게 낫지 않을뿐더러 폐렴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01년 8.1%에 불과하던 폐렴 사망률은 2011년 17.2%로 10년 새 크게 증가했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내성 증가와 함께 만성 성인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인구의 증가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만성 성인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은 면역력이 약해 쉽게 폐렴에 걸리고, 증세도 급속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폐렴으로 인한 노인 사망률은 젊은 사람에 비해 최대 5배나 높다. 최근 폐렴 입원환자 사망률은 10% 미만, 주요 병원 평균은 5~6%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허진원 교수는 “폐렴의 근본적인 치료는 적절한 항생제의 사용이지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내성균이나 중복감염에 의한 폐렴인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급성 폐손상으로 진행하면서 호흡부전을 유발해 인공호흡기 같은 중환자 치료가 필요하다. 허 교수는 “자칫하면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균이 퍼지는 패혈증을 유발해 간이나 신장 같은 중요 장기들의 손상을 초래하면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폐렴의 초기 증세는 기침, 고열, 몸살 등으로 감기와 매우 비슷해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객담을 동반한 기침, 숨을 쉴 때 가슴통증, 호흡곤란이 있으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기존 질환 때문에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거나 신장, 간 등에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기침과 열이 나는 증상만으로도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폐렴의 주요 원인균인 폐렴구균은 공기 중에 항상 떠다니고, 사람의 코와 목에도 살고 있는 흔한 세균이다. 언제든지 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며 사망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한다. 특히 인플루엔자(독감)가 유행하는 시기에는 감염률과 사망률이 더 높아진다. 고위험군이나 영·유아, 노약자는 예방접종을 통해 위험한 합병증(침습성 감염)인 균혈증이나 수막염을 예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장복순 교수는 “폐렴구균에 의한 침습성 감염의 사망률은 평균 20% 정도”라며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의 25~30%, 75세 이상 노인의 40% 정도가 사망에 이르며 더욱이 만성폐질환, 심혈관질환, 당뇨, 만성신질환, 만성간질환 등이 있으면 침습성 감염의 위험이 3~4배 높아진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항생제 치료에 대한 반응이 느리거나 당뇨병, 만성폐쇄성 폐질환, 만성신질환,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과 같은 기저질환 동반 시 폐렴의 원인으로 결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지난해 9월 폐렴구균백신 접종권고 개정안에서 모든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과 23가 폐렴구균 다당질백신을 순차적으로 접종하도록 권고를 기존보다 강화했다.

대한감염학회도 지난해 12월 성인 예방접종 개정안에서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 또는 23가 폐렴구균 다당질백신을 선택적으로 접종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65세 이상 만성질환자와 18세 이상 면역력 저하자는 13가 폐렴구균 단백접합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6~12개월 후에 23가 폐렴구균 다당질백신을 추가 접종하라고 주문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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