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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통령에 찍힌 유승민 되레 부각…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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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거부권 이후

친박 집중 공세 속 인지도 올라

여권 차기 대선주자 4위로 껑충

'소신 정치인' 이미지 각인까지

TK선 사퇴 찬성 여론 더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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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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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정국’이 장기화 모드로 돌아선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로 쏠려 있다. 그의 선택에 따라 여권의 지형은 물론 향후 총선 및 대선의 방향성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여권 내분 와중에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확연하게 달라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권을 강타할 태풍의 눈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승민 거취 정국’ 거치며 인지도 훌쩍

최근 친박계의 한 의원은 사석에서 “유승민 이름값 올리는 데 우리가 일조한 거냐”는 자조 섞인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을 등에 업은 친박계의 ‘사퇴 공세’가 계속되면서 유 원내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거부권 정국’이 아니라 ‘유승민 거취 정국’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유 원내대표의 위상은 이미 여론조사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 원내대표는 6월 넷째주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4위(5.4%)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달 6위에서 한달 만에 두 계단이 상승한 것이다. 조사가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발언’ 직전인 23~24일 실시된 걸 감안하면, 거부권 정국의 여론이 반영될 다음 조사에선 지지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대선 국면도 아닌 상황에서 여당의 대표도 아닌 원내대표의 거취가 집중 관심을 받는 건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특정 정당 원내대표의 행보가 며칠간 연속적으로 언론에 집중 조명되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며 “이 사건으로 모든 정치인이 얻고 싶어하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한 건 유 원내대표에게는 가장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자기정치 한다”는 친박계의 공세는 역설적으로 그에게 ‘소신 정치인’이라는 간판을 달아줬다. 비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대의기관이자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 자신의 신념과 원칙대로 정치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국민들 눈엔 ‘나를 따르라’는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에 ‘맞짱’ 뜬 모습으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신 정치인’ 이미지 증명은 큰 과제

물론 유 원내대표가 모두 얻기만 한 건 아니다. 앞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보여준 ‘신보수 선언’을 정책으로 증명하려면 원내대표직을 유지해야 하지만 원내대표직은 고사하고 국회의원 자리까지 위태롭기 때문이다. 윤 센터장은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이 가장 두터운 대구지역의 국회의원”이라며 “지역 민심이 등을 돌릴 경우엔 당장 내년 총선에서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미터가 30일 발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여부와 관련해 전국 여론은 사퇴 반대가 45.8%로, 찬성(31.5%)보다 14.3%포인트 높았으나, 대구ㆍ경북 지역에선 사퇴 찬성이 42.2%로 반대(35.6%)에 앞섰다.

개혁보수로서의 이미지와 거부권 정국에서 확보한 ‘미래권력’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오롯이 유 원내대표의 몫이다. 유 원내대표는 “물러나야 할 명분이 없다”며 버티고 있지만, 현 상황이 길어지면서 당청 갈등이 극대화할 경우 본인의 입지가 축소될 수도 있다. 1일로 예정된 ‘메르스 추경’ 당정협의 불참을 두고 당 안팎에서 당청 갈등 고조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본인의 원칙과 신념을 정책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그것도 거부권 정국의 내홍과 상처의 봉합이라는 당장의 산을 지혜롭게 넘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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