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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야식, 당신의 뇌를 속이는 치명적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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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불면증 때문에 먹고 다시 잠못드는 악순환, 일종의 생활습관병…아침식사 거르지 말고 일찍 잠자리 들어야

아침에는 배가 고프지 않다, 저녁이나 야간에 심하게 배가 고프다, 한밤중에 깨어서 다시 잠들기 위해서는 뭔가 먹어야 된다, 우울한 기분이 있다, 불면증이 있다….

위 5가지 항목 중 3가지 이상에 해당되는 경우 ‘야식증후군’(이하 야식증)이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가끔 즐기는 야식은 기분전환도 되고 친목을 도모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야식이 습관화될 경우 야식증이라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장맛비 소식도 있지만, 점점 열대야 속으로 들어가는 계절의 야식증은 극복 대상이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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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증이란 =정신과 질병에 해당하는 야식증은 1955년 스턴커드(Stunkard)에 의해 처음 발표됐다. 당시 스턴커드는 다른 식사장애와 구분되는 야식증의 진단기준을 제시했다. 이는 ▷총 열량섭취의 50% 이상을 오후 7시 이후에 먹으며 ▷자주 자정까지 잠을 자지 않는 불면증을 겪고 있고 ▷아침에 거의 먹지 않는 식욕저하를 나타내는 것 등이다. 그밖에도 일주일에 3일 이상 밤에 자다가 깨거나 먹지 않으면 잠들기 어려운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야식증이 있을 경우, 폭식이 함께 나타날 확률이 높지만 폭식은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으며 먹는 양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중요한 기준인데 반해 야식증은 주로 저녁 시간대에 음식섭취를 하는 것이 특징이므로 서로 다른 개념이다.

또 몽유적인 상태에서 먹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침대나 주변에 남은 과자봉지, 먹다남은 빵 등 야식의 흔적들을 보고 당황하는 수면장애 증상과도 다르다.

야식증의 발병연령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르긴 하나 대략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보고 있으며 아동기에 발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알려져 있다.

진학실패, 실직, 실연, 이혼 등의 스트레스 사건을 겪으며 야식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나 이같은 스트레스 상황들이 호전되더라도 야식증은 지속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야식증을 보이는 사람들의 경우, 우울하고 자존감이 낮은 양상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나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렙틴의 야간수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력결핍증후군 약물을 복용중인 청소년들, 폭식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발병률이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우리 몸에 어떻게 해롭나 =야식은 비만을 유발한다. 인체의 자율신경은 낮에는 교감신경의 작용이 활발해져 신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지만, 밤에는 반대로 부교감신경의 작용이 활발해져 우리 몸이 안정을 취하고 피로를 회복하게 한다.

교감신경의 작용이 둔화돼 있는 상태에서 야식을 먹을 경우 섭취한 영양을 에너지로 공급해 주는 대신 체지방으로 축적해 비만의 원인이 된다. 같은 음식, 같은 양이라도 낮에 먹는 것보다 밤에 먹는 것이 휠씬 더 많이 지방을 몸 안에 축적시킨다.

미국의 비만 관련 잡지인 ‘Obesity(비만)’의 2013년 12월호에 따르면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연구 결과 과체중 여성 그룹이 저칼로리식 다이어트를 할 때 아침보다 저녁에 더 먹는 그룹이 훨씬 체중감량의 폭이 적었다. 하루에 1400㎉ 식사를 아침에 700㎉, 점심에 500㎉, 저녁에 200㎉를 섭취해 아침을 더 먹은 그룹은 12주 후에 체중이 8.7㎏ 줄었다. 아침에 200㎉, 점심에 500㎉, 저녁에 700㎉를 섭취해 저녁을 더 먹은 그룹은 3.6㎏밖에 감량이 되지 않았다.

야식을 하고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면 뇌세포가 쉴 수가 없고 깊은 잠에 들 수가 없다.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의 실험결과에서는 야식을 할 경우 멜라토닌이 정상인의 절반 정도로 줄어들어 생체시계가 망가지고 호르몬 차원에서도 불면증을 겪었다.

이처럼 불면증으로 인해 야식을 찾고, 야식이 다시 불면증을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소화기관이 쉬어야 하는 밤에 음식을 먹으면 소화불량, 위염 등 소화기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야식을 먹고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면서 자는 동안에 식도의 근육이 느슨해지고 위장 기능 자체가 떨어져 역류성 식도염의 발병률도 높아진다. 역류성 식도염을 방치하면 식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야식증 치료는 이렇게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은 상식선에서 권장되고, 특히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야식을 줄이는 첩경이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렙틴의 분비를 원활하게 해 허기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야식증은 비만, 혈압상승, 당뇨 등을 초래하기 쉬우므로 건강문제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기저에 우울증이나 물질남용과 같은 문제들이 있는 경우도 흔하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인지치료, 변증법적 치료, 스트레스 조절을 병행하는 대인관계치료를 병행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은아 임상심리전문가는 “우울증이나 다른 물질남용이 있을 경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섭식 행동을 관찰하고 정확히 파악해 야식행동을 촉발시키는 것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수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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