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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짜석유 or 검은진주?…보세구역 '석유블렌딩' 왜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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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국회에 발묶인 '국제석유거래업'①]]

머니투데이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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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의 혼합·제조(블렌딩) 및 거래를 허용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동북아 오일허브'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라는 정부 여당의 주장에 대해 야당은 사업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28일 국회 등에 따르면 석대법 개정안은 정부가 지난해 12월16일 발의한 이후 반년 가까이 국회 계류중이다. 개정안은 석유업종에 기존 석유정제업, 석유수출입업, 석유판매업 외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했다. 또 국제석유거래업자가 종합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을 블렌딩하는 것을 허용했다.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핵심열쇠…싱가포르 물량 잡는다

현행법은 국내서 석유제품 블렌딩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가짜석유'로 규정하고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나프타와 리포메이트를 혼합해 휘발유를 만드는 게 대표적 예다.

법은 오직 석유정제업자에 한해 수출목적으로 블렌딩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제석유거래업자도 보세구역에서 자유롭게 혼합·제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현재도 석유정제업자에 한해 가능한 블렌딩을 국제석유업자로 확대하는 이유는 외국인 트레이더가 싱가포르, 중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중간에서 가공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정부 설명이다. 우리나라 탱크터미널에 원유를 일단 저장하게 하고, 블렌딩을 한 뒤 싱가포르 등으로 보내자는 것. 이 과정에서 저장 수수료, 운송 서비스료 등 부가가치를 올린다는 계산이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블렌딩 제품을 허용한다.

개정안은 현재 여수와 울산시가 추진중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과 맞닿아 있다. 이미 국제탱크터미널이 들어선 여수는 블렌딩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규제 때문에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탱크터미널을 짓고 있으며, 활성화를 위해선 외국인 사업자의 블렌딩 허용이 필수적이란 입장이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 국장은 국회에서 열린 법안소위에서 "석유 트레이더들은 원유를 탱크터미널에 집어넣은 상태에서 혼합해 외국으로 보내는데, 우리나라는 그게 안 돼 싱가포르에 뺏겨온 영역"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라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가짜석유', 국내 석유시장 진입 우려?

개정안은 지난해 12월1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4월 두 차례 산업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으나 보류된 상황.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야당 위원들은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타당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종합보세구역에서 제조된 '가짜 석유'가 국내에 유통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산업위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국내에선 혼합석유를 가짜 석유라고 규제하는 마당에, 아무리 보세구역이라 하더라도 허용하는 것에 있어 철학적인 문제가 있다"며 "국내와 국제적 기준이 달라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 국장은 "가짜 석유가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은 차단돼 있다"며 "다만 품질검사를 거친 국내 수입물량이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트레이더의 원유가 보세구역에서 국내로 반입되려면 석대법이 정하는 품질기준을 거쳐야 한다는 것. 또 국내 반입 시엔 '수입'으로 간주돼 수출입업자 자격을 갖춰야 하고 관세도 납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수 기자 hyd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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