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여중생과 40대男 사랑? '녹음 파일' 법정 진실게임

댓글 8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괜찮아' vs '쓰라고 했잖아' 편지 작성 강요했는지 둘러싸고 공방]

머니투데이

사진=머니투데이DB


"조금 더 느리게 해서 다시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판사님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27일 오후 서울법원종합청사 3층 형사법정. 이광만 서울고법 형사8부 부장판사는 증거로 제출된 녹음 파일을 여러 차례 느리게 재생했다. 이 부장판사가 의견을 묻자 배석 판사도 고개를 갸웃했다.

재판부는 이날 여중생 A양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간)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대표 조모씨(46)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을 진행했다.

"토요일에도 쓰고 주일(일요일)도 다 썼지?" (조씨)

"네. 아, 일요일에는 못 썼어요." (A양)

조씨는 편지를 쓰지 않았다는 A양의 말에 자신이 "괜찮아 괜찮아"라고 답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과 '조씨로부터 편지를 쓰라고 강요받았다'고 증언한 A양 측은 조씨가 "쓰라고 그랬잖아"라고 말했다고 맞선다.

양측의 최대 쟁점은 두 사람이 실제 사랑하는 사이였는지다. 앞서 1·2심 재판부는 조씨가 A양을 성폭행했다고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A양과 결혼을 전제로 한 연인 사이였다는 조씨 주장을 배척할 만큼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조씨는 자신이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있는 동안 A양이 여러 차례 면회를 오고 편지를 보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반면 A양은 앞선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 조씨의 강요로 편지를 보냈을 뿐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양이 조씨를 면회하러 갔을 때 구치소에서 나눈 대화를 녹음한 파일 일부를 법정에서 재생했다. 재생된 파일에서 조씨는 A양에게 '하고싶은 말을 편지로 써라'라고 말한다. 또 편지 내용을 언급하며 A양에게 '내가 널 원망하는 게 아니다' '나가면 진짜 잘 하겠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내용도 공개됐다.

녹음 파일 속에서 A양은 조씨가 선고 공판을 끝으로 자신이 풀려날 수도 있다고 말하자 안도하거나 안부를 묻는 등 친근하게 대화했다. 이 밖에도 조씨는 A양에게 '이 안(구치소)에 성폭행범, 강간범이 너무 많다' '딸이 아니라 아들을 낳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앞서 조씨는 2011년 8월 당시 13세였던 자신의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던 A양을 처음 만나 "연예인이 될 생각이 없냐"며 접근, 여러 차례 성관계를 맺어 임신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황재하 기자 jaejae32@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