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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47일간의 세계여행] 31. 낯선 풍경의 대도시…굿바이! 뭄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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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C=강인숙 여행칼럼니스트] 침대버스를 타고 뭄바이로 온다. 어젯밤 함피에서 함께 버스에 탔던 사람들 중 뭄바이의 꼴라바 거리에 가는 사람이 넷이라 택시를 함께 타고 간다. 확실히 뭄바이는 대도시다. 시골로만 다니다가 대도시에 오니 또 마음이 어수선하다. 게다가 나는 내일 새벽 비행기로 뭄바이를 떠난다. 동행의 숙소를 구하려고 꼴라바 거리에 간다. 동행이 숙소를 구하면 거기에 오늘 하루 내 배낭을 맡기고 뭄바이를 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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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서 내린 여행자들 모두 밤버스의 피곤함에 지친데다 시골마을 함피에서 온 사람들이라 대도시가 낯설다. 뭄바이 물가는 최악이라서 남인도에서 쾌적하게 묵을 수 있는 돈으로 벽에 합판을 댄 쪽방 같은 작은 방에나 들어갈 수 있다. 돌아다니는 게스트하우스마다 동물농장 같은 느낌이다. 길을 묻다가 깜리쉬라는 인도남자를 만난다. 직업이 호텔보이라고 자기소개를 하고 오늘은 일요일이라 쉬는 날이라며 흔쾌히 우리를 도와주겠단다. 밤버스와 택시를 함께 탔던 일행들은 하나 둘 숙소를 정하고 동행은 조금 편한 곳을 찾기에 이 사람의 도움을 더 받는다.

깜리쉬의 도움으로 숙소를 정하고 나서 뭄바이를 안내해주겠다며 그가 다시 안내해준 현지인 식당에서 허기를 채운다. 몸이 피곤하니 동행의 숙소에서 좀 쉬고 오후에 그를 만나기로 한다. 6년전 뭄바이에 왔었고 그때 뭄바이의 명소들을 대략 가봐서 뭄바이는 그냥 공항을 통해 아웃하는 도시로만 정했다. 최대한 함피에서 오래 머물었고 뭄바이에서는 1박도 안하고 공항으로 갈 예정이다. 그냥 쉬다가 공항으로 갈 작정이었는데 깜리쉬를 만나서 꼴라바 거리 근처라도 잠시나마 돌아다닐 수 있다.

뭄바이 풍경은 여느 인도 도시와는 확연히 다르다.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인 듯, 영국식민지의 잔재를 가진 유럽풍의 건물들이 많다. 뭄바이는 인도 최고의 무역항을 가진 인도 제일의 상업도시이다. 피곤함도 잊고 느닷없이 마주한 뭄바이 풍경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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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일의 타즈마할 호텔도 지나간다. 2008년 3월에 뭄바이를 여행했는데 그 해 11월에 여기 타즈마할 호텔에서 사상자가 500명이 넘는 대형 폭탄테러가 일어났었다. 이제는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와 있지만 이 도시의 사람들은 얼마나 경악했을까 싶다.

일요일이라서인지 거리에 사람이 넘쳐난다. 인디아게이트 앞에는 군악대가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있다. 나에게 2008년의 인디아 게이트는 아침의 고요함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일요일의 혼잡함으로 각인된다. 단면을 보게 되는 게 어쩔 수 없는 여행이다. 두 번 오니 한 조각의 기억이 더 보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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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작은 노점에서 군것질 거리를 팔고 사람들이 어수선하게 지나가며 사 먹는 게 즐거워 보인다. 함피에 머물다 와서 그런지 이런 장면만 봐도 축제의 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바다 위의 작은 배들에 하나 둘 불이 켜진다. 뭄바이의 하루가 저무는 것을 보며 저녁의 시장 거리를 돌아다닌다. 이번 여행에서의 인도여정은 오늘의 태양과 함께 저물어 간다.

점심을 인도식사로 먹어서 인도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아이러니하게도 맥도날드에서 먹는다. 사람 많은 일요일 저녁의 번화가 맥도날드에서 줄을 기다리다가 땀에 젖는다. 간신히 햄버거를 주문한다. 오늘 뭄바이에 온 우리를 위해 하루를 써 준 깜리쉬에게 고마워한다. 그런데 그가 자꾸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사실 자기가 심장병이 있다고 한다. 약을 매일 먹어야 하지만 그래도 호텔보이까지 하는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한다. 신의 뜻이고 어쩔 수 없으니 노 플라블럼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마음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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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 후 동행의 호텔로 들어갔다가 짐을 들고 나온다. 밖엔 깜리쉬가 기다리고 있다. 공항까지 택시를 타려 하는데 그의 친구 택시를 태워준다는 거다. 택시를 예약하려고 선금으로 500루피를 냈으니 택시가 오면 돈을 달라고 한다. 공항까지 전철을 타려면 좀 복잡하고 일찍 공항에 가야 하는데 그를 만나 뭄바이도 돌아다니고 그동안 정든 동행과도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

드디어 택시가 온다. 깜리쉬는 기사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나한테 택시비로 500루피를 기사에게 주고 자기한테도 미리 내준 500루피를 달라고 한다. 1000루피짜리 지폐를 꺼내는데 이 사람 안색이 안좋다. 500루피짜리가 없느냐며 거리의 가게에 가서 돈을 바꿔와서는 자기와 기사가 나눠 가진다. 이 장면이 좀 어색한 거 같기는 한데 어쨌든 이제 이별이라 정신이 없다. 함께 2주 넘게 함께 지낸 동행과 포옹을 나누고 뭉클해진 마음으로 택시에 탄다. 첸나이에서 만나 여기까지 남인도 삼면의 바다를 함께 돌아온 인연이 새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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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라바에서 공항은 멀다. 택시를 탔으니 늦은 밤 뭄바이 풍경을 덤으로 바라보면서 간다.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매우 현대적인 뭄바이도심을 지난다. 뭄바이 공항으로 가는 길은 거의 8차선 도로다. 신호등이 반짝이고 수많은 차가 지나가는 그냥 우리나라 길 같은 대로에서 인도에서 처음으로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잘 정비되지 못한 인도의 다른 도로를 지날 때마다 중앙선 없고 신호등이 없어도 서로 경적을 시끄럽게 울리는 신호를 하며 무사히 지나가는 걸 봐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길이 넓어지고 차가 많아지는 대용량(?) 교통 시스템에선 투박한 인도식 경적으로는 무리인 게 당연하다. 인도라기보다 여느 대도시 풍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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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안에서 이동하는 긴 시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택시 기사는 깜리쉬의 친구가 아니다. 그리고 깜리쉬는 아픈 사람도 아니다. 친절을 베풀고 자기 음식은 자기가 사 먹길래 마음을 놓았는데.. 공항까지의 택시비는 500루피면 충분하다. 깜리쉬는 그의 하루를 우리에게 썼지만 일당 오백루피를 번 것이다. 그것도 내 주머니의 돈으로. 심장병 어쩌구 했던 건 돈을 뜯어내기 위한 연기였음이 확실하다. 그는 그렇게 돈을 버는 사기꾼 이었다.

인도 도착하자마자 뉴델리역에서 사기 당할 뻔했다가 정신 차린 일화가 있어서 초창기에는 주의했었는데 마지막 여행지인 뭄바이에서 너무 마음을 푹 놓았나보다. 모든 게 내 탓이다.

공항에 내려 택시를 보낸다. 인도 공항은 건물에 들어가는 것도 큰 일이다. 소지하고 있는 항공권을 경찰에게 보여줘야 비로소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11시가 넘은 한밤중에 웬 사람이 그리 많은지 정신이 없다.

새벽 4시 비행기라 영락없이 밤을 새야한다. 편도입국이라 항공사 카운터에서 잠깐 논란이 있었지만 무사히 패스!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마드리드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린다.

정리=강문규기자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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