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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연봉 20억 점프…중앙은행장들 `錢관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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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헤지펀드 고문으로 변신한 후 세계 중앙은행장들의 민간행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의 양적 완화(QE)가 금융사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다는 비판이 일면서 월가 중앙은행장들에 대한 '전관예우'에 더욱 따가운 시선이 쏠린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유명 중앙은행장들이 현직에서 물러난 지 1년이 채 안 돼 민간 금융사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1월 퇴임한 버냉키 전 의장은 올 4월 헤지펀드인 시타델에 통화정책 고문으로 영입됐다. 5월에는 채권운용사 핌코 수석 고문 자리까지 맡았다.

필리프 힐데브란트 전 스위스중앙은행장은 2012년 1월 퇴임한 후 5개월 만에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부회장에 취임했다. 악셀 베버 전 분데스방크 총재(2004~2011년)도 퇴임 후 1년 만에 스위스 금융그룹인 UBS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중앙은행장 시절 행적들이 이들을 스카우트한 민간 금융사들 먹거리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먼저 버냉키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준 의장을 맡으면서 세 차례에 걸쳐 QE를 단행했다. 그 효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채권 가격도 역사적인 최고점까지 올랐다. 이런 QE로 가장 큰돈을 번 곳은 버냉키가 간 시타델을 비롯한 헤지펀드와 핌코 같은 채권투자회사들이다.

또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에 중앙은행 내부 정보는 엄청난 돈을 벌어다줄 수 있는 고급 정보다. 민간 금융사가 은행장들에게 구애하는 이유다.

지난 18일 브누와 쾨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런던에서 열린 한 비공개 콘퍼런스에서 "ECB가 5월과 6월 국채 매입 속도를 더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용은 12시간이 지난 후 ECB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고 이후 유로화 가치는 1.2%나 급락했다.

비공개 콘퍼런스에 참여했던 헤지펀드 매니저와 금융인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엄청난 돈을 벌었다. 금융사들이 중앙은행장들을 고위직으로 영입하는 것은 이 같은 내부 정보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중앙은행장들의 민간행이 더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것은 막대한 연봉 때문이다. 중앙은행장이었다는 후광을 이용해 퇴임 후 돈벌이에 나선다는 것.

악셀 베버 전 총재는 UBS 회장에 오르면서 연봉 200만스위스프랑(약 23억3000만원)과 주식 20만주(현재 주가 기준 49억원)를 받고 있다. 그는 분데스방크 재임 시절에는 연봉으로 약 4억7000만원을 받았다. 버냉키 전 의장은 재임 시 20만달러(약 2억원)라는 상대적으로 검소한 연봉을 받았지만 시타델과 핌코에서 합쳐 최소 연간 20억원 이상 받을 것으로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그는 강연료로 건당 최소 2억원을 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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