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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문세 공연, 음악에 박제된 기억을 마주한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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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터 이문세' 서울 공연 피날레…내달부터 전국투어로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암전된 텅 빈 무대에 핀 조명이 이문세(56)를 비췄다.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 거죠~.'

'기억이란 사랑보다'의 첫 소절이 흐르자 객석의 공기가 낮게 깔렸다. 관객은 그의 음악 안에 박제됐던 기억을 마주한 듯 숨을 죽였다. 마치 이들의 추억샘이 자극받은 것처럼 이문세의 머리 위로 반딧불 같은 불빛이 하나 둘 켜졌다.

지난 23일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2015 시어터 이문세' 서울 공연의 피날레 무대에서다. 지난 15일부터 열린 공연은 전석 매진됐고 웃돈이 얹어져 암표까지 돌 정도로 흥행했다.

2년 전 국내 가수들의 '꿈의 무대'라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5만 관객을 채운 그는 작정하고 극장식 쇼로 돌아왔다.

이날 10~20대부터 50~60대까지 아우른 1천70명의 관객은 이문세의 절창으로 호사를 누렸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난 아직 모르잖아요' 등 히트곡이 끝날 때마다 참았다는 듯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가 '소녀'의 마지막 소절인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란 가사를 마이크를 떼고 육성으로 토해내자 3층 객석부터 아래로 환호가 밀려왔다.

갑상선암 재발로 지난해 7월 수술을 받은 이문세를 향한 걱정어린 시선이 거둬지는 순간이었다.

이문세는 마치 관객처럼 객석의 화려한 '리액션'을 바라보며 더없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 이문셉니다. 잘 지내셨어요? 아픈 덴 없으셨고요? 걱정 많으셨죠?"

얄밉도록 입담 좋은 이문세가 "오늘 내가 다 뽑아낼 거다"라고 한 말은 공염불이 아니었다.

그는 이날 무대를 채우기도 하고 비우기도 하면서 지천명(知天命)이 훌쩍 넘은 나이가 믿기지 않는 에너지를 보여줬다.

특히 몇몇 감성 무대를 빼고 대부분 레퍼토리에서 한 축을 담당한 무용팀과 동선을 맞추며 스텝을 밟았다.

공연의 안무는 엠넷 '댄싱 9' 시즌2의 우승자인 안무가 김설진이 맡았다. 무용수들은 이문세의 백댄서가 아니라 이문세가 이들의 무용 작품 속으로 들어온 듯 조화로웠다. '광화문연가' 등에선 가사를 녹여낸 연출로 뮤지컬 형식을 띄었다.

이문세의 기를 받은 관객들은 보란 듯이 전원 기립해 제 각각의 춤사위로 리듬을 탔다. '할 말을 하지 못했죠', '이 세상 살아가다 보면', '그대 나를 보면' 등 업템포 곡은 죄다 객석의 댄스 타임으로 이어졌다.

맨 앞자리 '골수' 팬들은 그가 13년 만에 발표한 15집 '뉴 디렉션'(NEW DIRECTION) 수록곡도 곧잘 따라불렀다.

발매와 함께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한 타이틀곡 '봄바람' 때는 관객이 '우우우우우우우, 아아아아아아아~'라고 코러스를 도와 하모니를 이뤘다.

그는 "새앨범이 나온 기분은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학교 보내는 마음"이라며 "선생님한테 예쁨 받을까, 친구들과 모나지 않게 어울릴까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앨범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응원의 함성이 터져 나오자 그는 또 다른 신곡 '사랑 그렇게 보내네' 때는 한껏 감정을 끌어올리더니 울컥하는 모습이었다.

130분간 선보인 22곡의 레퍼토리 중 폭발적인 열기의 압권은 역시 '붉은 노을' 만한 게 없었다

앙코르 무대에서 웅장한 '붉은 노을'의 전주가 흐르자 객석은 1990년대 음악을 틀어주는 '밤과 음악 사이'를 옮겨놓은 듯 모두가 합창하며 공연의 백미를 만들어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이문세는 5월 8~9일 전주, 14~16일 부산, 22~23일 경산 등 전국을 돌며 다시 무대에 오른다. 대부분의 공연 티켓은 판매된 상황이어서 '매진 행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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