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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故國 스크린에 '아버지의 꿈'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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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사학자 故 신기수 제작 다큐 '조선통신사' 상영하는 딸 신이화

조선일보

故 신기수씨(왼쪽), 신이화씨.


17~19세기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는 외교 사절이면서 '한류 스타'였다. 조선을 떠나 에도(현 도쿄)에 이르는 동안 조선 문사(文士)들을 흠모한 일본인이 전국에서 몰려든 사실이 그림을 통해 생생히 전해진다.

재일동포 사학자 고(故) 신기수(1931~2002)는 흩어진 통신사 사료를 모아 이들의 이야기를 일본에 알리는 데 크게 공헌했다. 그 열정을 담아 1979년 제작한 다큐 영화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가 25일부터 일주일간 부산 조선통신사역사관에서, 다음 달 3일엔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상영된다. 제작 36년 만에 고국 극장에서의 첫 공식 상영이다. 아버지의 소원을 이룬 딸 신이화(50)씨를 만났다. "번듯한 자막을 입혀 고국 극장 스크린에 거는 것…. 아버지의 평생 꿈이었습니다."

영화는 48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잔잔하면서 매혹적이다. 축제처럼 흥겨운 행렬 속에 에도로 향하는 통신사 여정을 신기수가 일본 각지에서 어렵게 찾아낸 당시 풍속화를 보여주며 되짚는다. 사절단이 '몰려드는 손님과 모기 떼에 잠을 설쳤다'고 남긴 글, 통신사 일행이 추던 춤이 여태껏 전해지는 마을 등 세심하게 배치된 에피소드들이 몰입감을 높인다.

일본 공개 당시의 반향은 컸다. 언론의 찬사가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상영회가 열렸다. 조선통신사 유물 제보가 빗발치며 신기수는 140점의 귀한 사료를 수집했다. 이 사료가 2002년 개관한 오사카 역사박물관에 '신기수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전시·보관됐다. 당시 식도암을 앓던 아버지 대신 개관식에 참석한 신이화씨는 "꼭 아버지 꿈을 이루겠다"고 다짐했고, 4년 전 한국에 와 '외국어'나 다름없던 고국 언어를 배우며 조선통신사 기념사업에 매진했다. 동분서주하는 그의 모습에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 부산문화재단의 강남주 전 대표이사와 이문섭 현 대표이사,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전 이사장 등이 힘을 보태주었다.

BBC와 NHK 등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진으로 참여해온 그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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