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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통사 성적표 공개가 출혈경쟁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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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발표하는 이통 가입자수 통계 '무용론' 확산
점유율 등 신경쓰는 업계 결국 가입자 뺏기 내몰려 미래부는 "국민 알 권리" 시기조정 여지는 열어놔
美는 1년에 한번만 공개 日은 분기에 한번씩 발표 불필요한 과잉경쟁 없애 핀테크 등 투자하게 해야

파이낸셜뉴스



"시험 과목과 평가기준은 바뀌었는데, 성적표에는 예전 과목이 그대로 있는 모양새입니다."

매월 정부가 발표하는 이동통신 가입자 실적이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려는 이동통신 업체들의 노력을 방해하고, 기존 방식인 가입자 빼앗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한목소리로 이동통신 산업의 서비스 품질 경쟁을 외치고 있지만 매월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숫자가 발표되다보니 여전히 이동통신 회사들은 가입자 빼앗기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월간 통신산업 가입자 실적 발표 단위를 연간단위로 바꾸는 등 통신시장 실적 집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급 확대 위해 도입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황창규 KT 회장은 올 초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 만남에서 "매월 정부가 이동통신 가입자 숫자를 집계해 발표하는 것이 이동통신 회사 간 불필요한 가입자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동통신 가입자 실적 집계 발표 주기를 늘리거나 발표하지 않는 등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SK텔레콤이나 LG U+ 역시 매월 집계·공개되는 가입자 숫자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88조에는 통신사업자가 가입자 통계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다. 또 하위 시행령에 따르면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정보공개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당초 가입자 통계를 정부가 집계해 발표하게 된 목적은 유선전화와 이동전화 가입률이 낮은 통신산업 초기에 유선전화와 이동전화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집계하기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5700만 이상으로 전 국민의 숫자를 넘어서고 있어 가입자 수치를 집계하는 목적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가입자 수치 집계의 당초 목적이 달성됐다고 강조했다.

무선통신 통계를 매달 발표하는 주체인 미래부 관계자는 "무선통신 통계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하고 있다"며 "다만 무의미한 통계수치 발표가 오히려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겨 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된다면 시기를 조정하는 등 변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새 먹거리 경쟁

포화에 달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통신사들은 이미 사물인터넷(IoT), 핀테크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한창이다. 특히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차세대 ICT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 회사들은 여전히 가입자 기준 시장 점유율 경쟁에만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SK텔레콤, KT, LG U+의 연도별 마케팅 비용과 설비투자 비용을 비교해본 결과, 설비 투자에 마케팅보다 많은 비용을 들인 해는 없는 실정이다.

업계에선 가입자 숫자 집계 주기만 매월 단위에서 연간 단위로 늘어나도 당장 가입자 숫자 경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먹거리 발굴과 서비스 경쟁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매월 가입자 숫자가 실적으로 발표되는 상황에서는 시장점유율 수치의 덫에 묶일 수밖에 없다"며 "월말이면 경쟁사의 가입자 숫자를 파악하고 한 명이라도 더 가입자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털어놨다.

■미국 1년, 일본은 분기 발표

이미 세계적으로 대부분 시장이 포화된 국가에서는 이동통신 가입자 수치를 매월 발표하는 사례가 없다.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매년 한번씩 일반에 무선통신 통계 현황을 공개한다.

일본은 총무성에서 분기별로 무선통신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매월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일반에 가입자 숫자를 공개했었다.

그러나 일본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가입자 숫자 공개가 불필요한 과잉경쟁을 심화시킨다고 판단, 통신사업자 간 합의를 통해 총무성에서 발표하는 분기 단위 실적만 공개하고 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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