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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안심전환대출 시행 후폭풍…증권사에 2조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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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시행으로 MBS 발행 급증…은행, 수요예측 불참에 대량 '미매각']

대규모 안심전환대출로 인한 채권시장 수급 교란 우려가 현실화됐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 수요예측에 은행이 참여하지 않아 2조원이 넘는 미매각 물량이 발생한 것. MBS 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 미매각 물량을 떠안아 손실이 우려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진행한 MBS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90%가 넘는 미매각이 발생했다. 총 2조2400억원을 발행하려 했으나 실제 들어온 기관수요는 2100억원에 불과해 2억300만원(90.6%)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에서 이처럼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발행사(주택금융공사)와 투자기관(은행, 연기금, 보험 등)이 대체로 고정된데다 발행 일정도 업계에 공유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발행 물량 직전의 3회차 수요예측 미매각률은 2.2%, 1.0%, 0.0%에 불과했다.

이번에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한 것과 관련, 주택금융공사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총 34조원의 안심전환대출이 판매되면서 올해 발행될 MBS 물량은 전년(14조원) 대비 약 3.5배 증가한 최대 49조원에 이른다. 주택금융공사가 이같은 공급 급증에 대해 대비가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안심전환대출이란 변동금리 또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을 연 2%대 고정금리로 전환해주는 대출을 뜻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던 주택담보 대출 자산을 안심전환대출로 전환해주고 안심전환대출 채권을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한다. 주택금융공사는 이 담보채권을 기초자산으로 MBS를 발행하고 이를 다시 은행이 1년간 의무매입하는 형식이다.

이번에 발행된 MBS 기초자산에는 안심전환대출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다음 회차(2015-8회차)부터는 포함된다. 은행은 8회차부터 정부 방침에 따라 의무적으로 MBS를 매입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이번 MBS 발행 수요예측에는 대거 참여하지 않았다. MBS '큰 손' 은행이 수요예측에 불참했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다른 기관의 투심도 덩달아 위축됐다.

한 기관투자자는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금융공사는 이번 7회차 때 6회차(1조3900억원)보다 61.2% 증가한 2조2400억원 어치 물량을 발행한데다 은행이 계정에 담기 꺼려하는 5년물을 9200억원 어치나 내놓았다"며 "은행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다른 기관투자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급 변동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존재했지만 발행사와 시장 투자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미매각 대란으로 MBS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는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번 발행을 주관한 곳은 △이베스트투자 △KB투자 △한화투자 △SK △유안타 △현대 △IBK △미래에셋증권 등 총 8곳이다. 미매각 물량은 대표주관사가 떠안아야 하는데 단순 계산해도 한 증권사당 2500억원 어치씩의 채권을 안아야 하는 셈이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미매각 물량을 떠안은 주관사는 이를 다른 기관에 팔아야 한다"며 "수요예측서 미매각이 발생할 경우 통상 발행금리를 높여야 시장에서 소화되는데 각 증권사가 10억~20억원씩 손해를 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의 책임론이 부각되며 전일에 이어 이틀째 긴급회의가 소집됐지만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기금의 미매각 물량 매수설, 금리 상향 발행설 등이 돌았지만 모두 확정되지 않은 사실로 확인됐다.

한편, 주택금융공사뿐만 아니라 주관사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발행사와 주관사가 협의해 시장 동향을 살피고 시장 상황에 맞는 금리를 제안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채권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대거 참여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발행금리 상단이 너무 낮아 수요예측 참여를 포기한 연기금 투자자도 더러 있었다"며 "미매각난 물량을 연기금이 매수하거나 미매각난 물량의 금리를 높여 재발행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아는데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면 주관사가 인수하는 게 당연한데 이번 MBS 건만 예외로 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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