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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통법 6개월] ① 당근보다 채찍 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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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됐다. 정부는 법이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이통사와 제조사, 판매점 등이 생각하는 단통법은 안정화 문제가 아니라'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데더 중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단통법 시행 6개월을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미디어잇 이진] 정부가 단통법을 시행한 지난해 10월 1일 후 6개월이 지났다. 소비자 차별을 막고 이통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시행된 단통법은 법 시행 이틀만에 개정 법률안이 나오는 등 순탄치 못했지만 정부는 이후 이 법이 제대로 정착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단통법, 소비자 차별 막는다

단통법과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보조금 상한액 지정, 지원금 공시 세부 기준 등 총 6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기준 등 5개의 시행령을 만들었다. 11개의 시행령으로 구성된 단통법의 시행 목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에 대한 이통사의 차별 행위를 원천 차단하자는데 있다.

종전 휴대폰 구매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과 거래하는 판매점, 구매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의 차별을 받아 왔다. 아는 사람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하는데 비해 자신은 마치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이 됐다는 자괴감에 빠지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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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소비자들이 경험해 온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금 고시 정책을 시행했다. 이통3사 홈페이지와 판매점에 단말기별 보조금이 얼마인지를 안내하는 내용을 고시토록 했고, 한번 고시한 가격은 7일간 변경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제품별로 지급하는 보조금 상한액도 지정됐다. 정부는 출시된 지 15개월이 안된 단말기에 지급할 수 있는 보조금을 최대 30만원으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시 이통사 뿐만 아니라 판매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법 집행 조치를 단행했다.

뿐만 아니라 단통법을 지키지 않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신고제'를 도입, 고발자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파파라치' 제도를 도입했다. 시장에서 법위반 사례 발생 시 이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단통법 시행 후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법을 위반한 사업자는 영업정지와 과태료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며 "보조금 차별 지급이 사라지고 시장 과열도 나타나지 않는 등 이통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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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시행으로 이동전화 요금 평균 8450원 인하

단통법 시행 후 평균 이동전화 요금이 내려갔다는 통계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시장조사 자료에 따르면, 평균 이동전화 요금은 지난해 7~9월 4만 5155원에서 3월 3만 6702원으로 8453원 하락했다.

이같은 통신료 하락은 고가 단말기를 선호했던 소비자가 단말기 할부금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저가폰을 선택하고, 요금제 역시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요금제 가입 현황을 살펴보면, 6만원대 이상이 종전 33.9%에서 3월 23.8%로 10.1%포인트(p)로 줄었고, 4만~5만원대는 17.1%에서 30.5%로, 3만원대 이하는 49.0%→59.5%로 늘었다. 소비자들이 많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무리하게 고가 요금제를 쓰는 대신 실속있는 단말기와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시장에 출시되는 중저가 휴대폰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통법이 생존권 위협하고 있다"비판도 나와

그러나 정부의 핑크빛 성과 발표와달리 주요 판매점 등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통신시장을 지나치게 수동적으로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수익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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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유통 시장에서는판매자가 자신의 수익 중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가격으로 승부를 걸어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자율성이 보장된다. 그러나 휴대폰 시장은 일반적인 경제학적 관점과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휴대폰 판매업자들은 정부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라사업을 해야하고, 최근 시행한 파파라치 제도에 따라 자칫 신고 한번에 사업장을 닫아야 하는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다.판매점들이영업과 관련된자율성을 침해받으며 시장의 냉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집계한 올해 2월 기준 번호이동 건수는 총 57만 9878건으로 지난해 2월 129만 7092건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 이하다. 실적 하락은 자연스럽게 판매점의 폐업을 양산할 수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후 시장은 과열은 커녕 평상시와 다른냉각기만 이어졌다"며 "단통법 이후 대형 유통망 확대, 시장 냉각 등으로 폐업이 잇따라 생존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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