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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나이지리아 첫 정권교체… 전 군부 독재자 재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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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세 부하리, 대선 4수 끝에 당선… 30년 만에 다시 권좌

보코하람·부패 해결 기대… 아프리카 ‘정권교체 바람’

나이지리아의 옛 군부 지도자가 30년 만에 사상 첫 정권교체의 주역으로 복귀했다. 지난달 28~29일 치러진 나이지리아 대선 결과 제1야당 범진보의회당을 이끈 전 군부 지도자 무함마두 부하리(72)가 52.4%를 득표, 43.7%에 그친 굿럭 조너선 현 대통령을 큰 차이로 꺾고 당선됐다고 나이지리아 일간 디스데이 등이 1일 보도했다. 군부독재가 끝난 1999년 이후 나이지리아에서 야당 후보가 승리해 정권이 교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하리는 부유한 남부 니제르델타 출신의 기독교도인 조너선과는 반대로 무슬림이 많이 사는 북부의 카치나주 출신이다. 그는 1983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지각한 공무원들에게 쪼그려뛰기를 시키는 등 ‘기강해이와의 전쟁’을 벌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마약상들을 사형에 처하고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그는 집권 20개월 만에 또 다른 쿠데타로 불명예 퇴진했다가 1990년대 정치에 투신했다.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전직 독재자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번 대선은 부하리의 네 번째 도전이다. 지난 3차례 대선에서 그는 번번이 큰 표차로 패배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무기력하고 무능한 조너선 대신 부하리를 선택했다. 인민민주당 정권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에 대응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여학생 276명 집단 납치 사건에서도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줘 전 세계의 공분을 샀다. 만연한 부패와 범죄도 뿌리 뽑지 못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최대 산유국이자 최대 인구·경제규모를 갖춘 나라지만 부패 탓에 국민들의 대다수가 극빈층으로 산다.

경향신문

나이지리아 국민들은 부하리의 금욕적이고 청렴한 이미지에 기대를 걸었다. 군부 출신인 만큼 보코하람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하리 정부가 맞닥뜨린 과제는 쉽지 않다. 국제유가가 하락해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나이지리아 경제가 위험에 빠진 가운데 보코하람 및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

나이지리아가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사하라 이남 장기집권 국가들에 ‘정권교체 바람’이 불어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아프리카의 정권교체 움직임은 시작된 상태다. 세네갈에서는 2012년 압둘라예 와데 대통령이 3선을 시도하다 선거에서 패했고, 지난해 말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블레즈 콩파오레 대통령이 5선 연임에 반대하는 시위대에 밀려 물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넬슨 만델라가 당선된 1994년 남아공 대선 이후 아프리카 대륙의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라고까지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대선의 성공적인 결과는 나이지리아의 민주주의가 성숙했다는 증거”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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