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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아 방지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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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림ㆍ장필수 기자] #. 김천에 사는 주부 김나영(33ㆍ가명) 씨. 최근 19개월 된 딸과 산책을 나섰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일을 겪었다. 어디로 튈지 몰라 늘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딸의 가방에 ‘미아 방지끈’을 매달았던 게 화근이었다. 김 씨는 “지나가는 할머니가 딸 아이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애를 강아지 키우듯 키운다고 막말을 했다”면서 “아이를 위한 일이었는데, 할머니한테 이런 말을 듣고 나니 주위 시선이 의식되더라”고 당혹감을 드러냈다.

아이의 가방이나 손목, 가슴에 끈을 연결해 부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면서도 아이가 마음껏 활동하도록 돕는 미아방지끈.

부모 입장에선 호기심 많고 활동도 왕성한 2~4세 자녀들이 다치거나 사라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도구지만, 마치 강아지 목에 달린 ‘개줄’처럼 보여 논란이 분분하다. 아이를 강아지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미아방지끈과 관련해 사진 한 장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인천 부평역에서 한 엄마가 아이 가슴에 끈을 묶어둔 채 방치해둔 모습이 올라오자, 많은 네티즌들이 이를 아동학대로 오인한 것이다. 급기야 아이 엄마는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아동 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지만, 당시 네티즌들은 아이와 부모를 끈으로 연결한다는 것 자체에 적잖은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아방지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헤럴드경제

1일 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미아방지끈’이 판매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네티즌들은 아이를 ‘강아지’로 취급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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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온라인 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미아방지끈 매출은 전년대비 42% 급증했다. 올 3월 한 달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늘어났다.

이를 구입하는 부모들은 “주변에서 ‘개줄’이라 불러도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보단 낫다”고 말한다.

강남에 사는 5살 아이 엄마 이모(34) 씨는 “아이가 지금보다 어릴 때, 사람들이 아무리 뒤에서 웃고 떠들어도 꿋꿋하게 아이 가방에 미아방지끈을 달아줬다”면서 “내 자식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 수도 있는데, 그런 시선이 대수냐”고 했다.

3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강모(33ㆍ여) 씨도 “처음엔 아이를 ‘동물 취급한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놀이공원 같은 데선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머리가 무거워 쉽사리 넘어지는 아이들을 잡아주는 기능을 한다고 주장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반면 미아방지끈 사용을 반대하는 부모들은 아무리 미아방지끈이 아이를 돌보는 데 효과적이라도 결국은 아이를 억압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살 아들을 키우는 송모(35ㆍ여) 씨는 “정말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좀 더 신경써서 챙기는 게 낫지, 자유롭게 놀고 싶은 아이들의 욕구를 제재하고 싶진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이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선 영아반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때 사용한다”며 “적절한 때 사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아이를 구속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상시 착용은 아이들의 정서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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