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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경찰 피해 도망가다가 경찰관계자를 성추행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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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으로 왔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린 아프리카인이 5년만에 누명을 벗었다고 연합뉴스가 31일 보도했다. 해당 재판부는 경찰이 신병확보를 위해 사실을 과장했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아들인 아프리카인 ㄱ씨는 2010년 10월 ‘기독경찰 초청 문화탐방’ 참가자 자격으로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다. 본국에서 17년 동안 경찰로 근무한 ㄱ씨는 은밀히 야당에 가입했다가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고 있었다.

승진 길이 막히고 생명에 위협까지 느낀 ㄱ씨는 외국 망명을 결심했다.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해 16개국 참전용사 자녀 중 경찰인 사람을 초청한 행사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경향신문

문화탐방단에서 이탈한 ㄱ씨는 서울 용산구 한 여인숙에 숨었다. 하지만 경찰은 ㄱ씨를 찾아내 출국을 종용했다. 경찰과 ㄱ씨의 대치 상황이 밤새 이어졌다.

이튿날 아침, 경찰은 가방을 둘러매고 숙소를 빠져나가려는 ㄱ씨를 체포했다. ㄱ씨가 문화탐방 주최 측인 서울지방경찰청 경목실 소속 박모씨(39·여)를 양손으로 끌어안아 추행했다는 것이었다. 민간인 신분의 박씨는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과 함께 ㄱ씨를 설득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ㄱ씨를 유치장에 가두고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행히 ㄱ씨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아 풀려났고, 유엔난민기구 조력을 받아 법무부에 난민 신청서를 낼 수 있었다.

ㄱ씨가 전과자가 된 사실을 안 것은 3년 뒤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이 확정돼 있었던 것이다. ㄱ씨는 정식재판 청구권을 회복시킨 후 서울서부지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았다.

1·2심은 “피해자 박씨 등이 ㄱ씨 신병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에서 사실을 과장하거나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 어깨를 부딪쳤을 뿐이라는 ㄱ씨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을 피해 도망가던 ㄱ씨가 갑자기 경찰 관계자를 추행했다는 공소사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도 최근 같은 결론을 내렸다.

ㄱ씨를 변호한 이일 변호사는 “난민 신청이 뭔지도 잘 모르는 경찰관들에게 사실상 밤새 구금당하고 억울하게 누명을 써 체포되고 벌금형까지 받았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수사 당국이 난민 제도에 관한 무지나 인종적 편견에서 벗어날 필요성이 있음을 알려주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ㄱ는 2012년 법무부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 현재 가족과 함께 국내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없이 난민으로 인정된 것은 그만큼 귀국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컸다는 의미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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