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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말기유통법, 소비패턴 바꿨다…'촘촘해지는' 규제는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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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말 많고 탈 많았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말기 유통법)이 3월 31일로 시행 6개월을 맞는다. 휴대전화 보조금 차별을 금지해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지만, 시행 초기 오히려 ‘구매 비용만 늘려놨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야 했다. 시행 6개월이 다 된 지금까지도 호불호가 엇갈리며 개정 논의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6개월,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6개월]고가요금제 ↓ 중저가요금제 ↑…시장원리 '지나친 제한']

머니투데이

이동전화 가입자 요금추이


“눈 뜨고 당하는 ‘호갱님’을 없애겠다.”

단말기 유통법이 제정된 취지다. 법 제정 이전 휴대전화 시장은 ‘요지경’이었다. 시간과 장소, 사람에 따라 단말기 지원금 액수 차이가 200~300%에 달했다. 툭하면 터져 나오는 지원금 대란에 하루 이틀 먼저 휴대폰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기 일쑤였다. 기회를 잘 노려 값싸게 구매한 뒤 중고폰으로 되파는 ‘폰테크’가 성행할 정도다.

보조금 때문에 값비싼 요금제에 필요 없는 부가서비스까지 들어가며 통신사를 갈아타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영업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해지는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보조금’ 정책이 이 같은 시장 왜곡의 근원지로 지목됐다.

◇이동통신 소비 ‘거품’ 빠졌다

법 제정 취지대로라면 시행 6개월을 맞은 단말기 유통법은 효과가 분명 있다. 지원금 공시제가 시행된 뒤 일부 유통점에서 ‘페이백’ 등 위법 행위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정부 제재도 2차례나 있었던 것 사실. 하지만 그 규모나 빈도는 법 시행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휴대전화 이용자들의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번호이동과 고가 요금제에 집중됐던 지원금이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와 기기변경 가입자에게도 적절히 분배되자 합리적 요금제로 바꾸는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 1~9월 일 평균 이동전화 가입자 중 번호이동 비중이 38.9%에서 이달 기준(22일까지) 29.2%로 크게 줄었다. 반면 기기변경 가입자 비중은 26.2%에서 34.8%로 늘었다.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가입자 간 같은 수준의 지원금이 지급된 결과다.

작년 7~9월 33.9%에 달했던 고가요금제(6만원 이상, 2년 약정) 가입자 비중은 올해 3월 10.1%로 급락했다. 이에 반해 4만~5만원대 가입자는 17.1%에서 30.5%로, 3만원대 이하 요금제는 49.0%에서 59.5%로 늘었다. 이용자들의 평균 가입 요금 수준도 4만5155원에서 3만6702원으로 줄었다.

고가와 저가 요금제 간 단말기 지원금 격차가 줄고 부가서비스 의무 가입이 금지되면서 소비자들의 사용패턴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로 분산되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체 지원금 총액 올랐는데 불만 왜?

이 같은 지표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선 ‘볼멘 소리’가 계속된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초반보다 이통사들이 단말기 지원금 수준을 올렸음에도 소비자들의 체감하는 단말기 가격은 법 시행 이전보다 높아졌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이용자들만 ‘게릴라성 고액 불법 지원금’을 받았을 뿐인데, 마치 전체 이용자가 이런 혜택을 받은 것처럼 비교하면서 과장된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이통사들의 전체 지원금 액수는 법 시행 전 보다 늘었다. 작년 4분기 통신 3사의 마케팅 비용은 3분기 대비 66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유통점 수수료가 적은 ‘기기변경’이 늘고 수수료가 큰 ‘번호이동’이 준 것을 고려하면 실제 이용자들에게 지급된 지원금 총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이는 과거에는 일부 이용자들에게 지원금이 집중됐다면, 법 시행 이후 3만원 이하 중저가 요금제나 기기변경 이용자에게도 골고루 지급되면서 전체 액수가 줄어들어 보이는 ‘착시현상’이라는 평가다.

◇‘규제’가 ‘규제’를 낳다? 단말기 유통법의 숙제

단말기 유통법의 순기능에도 여전히 논란이 크다. 보완돼야 할 점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보완’ 관점은 사뭇 다르다.

기업에선 무엇보다 제도 자체가 ‘이용자 형평성’에만 집중된 탓에 자유로운 영업활동과 이용자 선택권이 크게 제약받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정부가 지난달 이통사들이 시행한 ‘중고폰 선(先)보상제’에 대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규제에 나섰던 게 대표적이다. 판매점들에 대한 판매수수료(리베이트) 역시 ‘페이백 등 우회 지원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사정권에 넣었다. SK텔레콤은 과다한 판매수수료 지급이 원인이 돼 과징금에 영업정지 제재를 받았다.

정부가 한쪽에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을 하면 바로 규제에 포함하는 식으로 대응을 하니 기업 입장에선 마케팅 자율권을 하나씩 잃는 꼴이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 초기 여론의 뭇매를 계속되자 이통사들을 불러놓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판매점과의 상생에 나서달라고 등 떠밀더니 이제는 차별화 시도를 모두 우회 보조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며 “앞으로 타사와 차별화된 마케팅 정책을 내놓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반해 ‘불법 보조금 온상’으로 지목돼온 유통 산업 구조에 대한 제도적 개선 방안은 답을 못 찾고 있다. 유통점들은 물론 이통·제조사도 현행 단말기 유통법에 불만을 터트리는 이유다.

법 개정은 ‘사공’이 많다. 단말기 유통법은 법이 시행되자마자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돼 정부도 국회도 머쓱한 상황이 됐다. 개정안만 해도 5건에 달한다. 이중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단통법 폐지 및 완전 자급제’ 법률안은 야당 당론으로 채택된 터라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6개월간의 시행착오를 거울로 합리적 휴대전화 소비문화 정착 등 단말기 유통법의 순기능은 살리면서도 불필요한 시장 규제는 억제하는 선에서 제도가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연광 기자 sain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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