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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모두가 날 알게 될 거야” 저먼윙스 부기장 ‘문제’ 속속 발견… ‘정신질환자 차별’ 우려도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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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병력 파악 움직임… 영·독 언론 “낙인효과 경계”

정신질환을 앓았던 병력이 프랑스 남부 알프스 산맥에 여객기를 돌진시킨 그의 끔찍한 행동을 모두 설명해주는 원인이 될 수 있을까. 독일 항공사 저먼윙스의 안드레아스 루비츠 부기장의 정신병력에 대한 언론의 과도한 관심이 “정신질환자들에게 낙인효과를 찍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루비츠가 앓은 정신질환이 생각보다 심각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독일 일간 디벨트 일요판은 28일 조사당국이 뒤셀도르프에 있는 루비츠의 아파트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항우울증 치료 약물들과 함께 그가 사고가 일어났던 당일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님을 증명하는 의사들의 진단서를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또 그가 시력 문제로 안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으려 한 정황도 발견됐다. 루비츠는 오는 7월 갱신 예정인 비행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정신병력과 시력 문제를 회사 측에 숨겼던 것으로 보인다.

루비츠가 악몽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의 전 여자친구 마리아(26·가명)는 27일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떨어진다’는 비명을 지르며 깨어난 적이 있다”면서 “‘언젠가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무언가를 하겠다. 그러면 모두가 내 이름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자살비행’을 했던 조종사 8명 중 5명은 (심리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항공사가 6개월~1년에 한번 형식적으로 시행하는 지금의 정신건강 조사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학 전문가들은 항공사의 조사 강화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 철폐가 그 전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시몬 웨슬리는 “정신질환이 곧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의 원인일 것이란 주장은 잘못된 추론”이라면서 “(저먼윙스 같은) 극히 이례적인 사건을 잣대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신질환자들에게 낙인을 찍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인 10명 중 한명은 항우울증 약을 먹고 있을 만큼 이미 우울증은 흔한 질병이 됐다. 스웨덴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병력을 가진 남성의 3.7%, 여성의 0.5%만이 폭력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면 기업들은 직원들의 정신질환 병력을 적극 파악하기 위해 기껏해야 수백만달러짜리 차별 소송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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