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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디폴트 카운트다운 그리스, 유로 고갈시 'IOU'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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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맞더라도 유로존 내 있는 게 더 유리할 것

(브뤼셀 로이터=뉴스1) 김정한 기자 = 그리스가 국제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에 실패할 경우 유로화를 대체하는 지불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 유로존 관리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리스는 이르면 이달 중 현금 고갈로 인해 국가부도(디폴트)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초조해진 그리스는 마지막 분할 지원금 70억유로(약 8조3920억원)를 받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제 채권단은 지난달 그리스에 대해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4개월간 연장해주기로 합의했지만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의 내용이 미흡하다며 분할 지원금 지급을 미뤄왔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30일(현지시간)까지는 새로운 내용으로 보강한 경제개혁안을 유로존 회원국들에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유로존의 한 관리는 28일 "그리스 정부는 유로화가 고갈될 경우 차용증서(IOU) 발행을 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증서를 지닌 사람들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이를 유로화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IOU는 진짜 유로화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다"며 "그러면 이는 그 이름과는 상관없이 '통화'가 되고 유로화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정부는 임금, 연금, 결제 등을 지불할 유로화가 고갈될 경우 자국 내에서 유로화가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본통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그리스 국민들은 현금 인출이나 해외 송금에 대한 제한을 받게 된다. 지난 2013년 키프로스에서도 이와 동일한 일이 벌어졌다.

처음엔 IOU가 일반 매장에선 널리 통용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에너지 비용 지불 등 정부 관련 결제에서만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그리스 정부는 디폴트를 피하기 위해 부채 상환용으로 사용할 유로화를 세수에서 따로 저장해둘 것이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환매조건부채권 거래'(repo transactions)에 의존해왔다. 국가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현금 부족분을 메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도 몇 주 지나면 불가능해진다.

그리스 정부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논의한대로 조만간 국제 채권단과의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유로화를 대체할 지불 수단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 디폴트를 맞더라도 유로존 내에 있는 게 더 나은 이유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등 그리스 관리들은 그리스가 스스로 유로존을 탈퇴할 것이란 견해를 일축해왔다. 또한 그리스를 제외한 다른 18개 유로존 회원국들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를 현실화할 합법적 방법이나 정치적 의지도 없다고 보고 있다.

유로존의 한 관리는 "한 국가를 유로존이나 EU에서 쫒아낼 수단은 없다"며 "그리스는 자의로 유로존을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그리스가 과거 화폐인 드라크마화로 회귀할 동기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관광 수입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통화를 급격하게 평가 절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그리스가 유로화로 지불해야 할 막대한 공공부채는 상환이 불가능해지고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유로존 관리는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유로존 외부에서보다는 내부에 있으면서 디폴트를 맞는 게 더 낫다"며 "그래야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로존 전 회원국들의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루파키스 장관도 현 정부에 입각하기 전인 2013년 이 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그리스는 2010년 1월 유로존 내에서 디폴트를 선언하고 독일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며 이제 이 문제를 혼자 해결해보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큰 의문이 하나 생긴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 상태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지원'(ELA)을 통한 그리스 은행권에 대한 자금 지원을 계속하겠느냐는 것이다. ELA는 시중 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우려가 있을 때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이 ECB의 승인을 받아 공급하는 금융 프로그램이다.

ECB가 ELA를 중단시킬 경우 그리스의 은행 부문은 붕괴되고 새로운 통화로 자본 재충전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혹은 유로존이 구제금융 펀드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서라도 은행 부문에 대한 자본 재확충에 다시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유로존 관리들은 이 같은 조건들은 지나치게 많은 가정들을 포함하고 있게 때문에 비공식적으로라도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ace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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