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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현대차 소형 SUV 투싼이 형님뻘인 싼타페 디자인을 베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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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현대차 소형 SUV 투싼.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다음달 11일 서울모터쇼가 열리는 경기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현대차관에서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들을 초청해 ‘투싼 디자인 포럼’을 연다고 29일 밝혔습니다.

포럼의 주제는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의 조류와 투싼 디자인’입니다. 유명 디자이너들의 강연과 간담회로 진행됩니다. 초청된 디자이너들도 최근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모터시티 유럽’의 디자인 컨설턴트 데이비드 힐튼과 볼보 디자인 매니저 데미안 호스트, 영국 카디자인 리서치사 대표 샘 리빙스턴, 미국 아트디자인스쿨 운송디자인학과 임범석 교수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이 행사에 디자인 학과 관련 대학생 및 교수, 디자인업계 종사자 등 200여명을 초청합니다.

현대차는 이 포럼에서 자동차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본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디자인 특징에 대한 토론이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포럼을 마련한 것은 투싼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는 이 포럼을 통해 투싼이 최근의 SUV 디자인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랑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는 투싼 디자인 포럼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자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그 관계자는 “올 뉴 투싼은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적용된 최초의 SUV”라며 “대담한 이미지와 세련된 도심형 스타일이 조화된 ‘올 뉴 투싼’의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기대 이상이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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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


하지만 이 관계자의 ‘자신감’과 다르게 투싼은 이미지가 공개되자마자 ‘형님 뻘’인 싼타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형님뻘 모델과 아우뻘 모델 디자인이 반드시 달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우디 SUV Q3, Q5, Q7은 라디에이터그릴과 리어 콤비네이션램프를 포함한 전체적인 디자인이 아주 흡사합니다. BMW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X1, X3, X5를 보면 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처럼 닮았습니다.

신형 투싼의 디자인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로 윗 형님뻘인 싼타페가 현대차 SUV 디자인의 ‘기본틀’이며, 이를 자사의 모든 SUV에 적용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실제 싼타페 디자인은 전세계 SUV를 통틀어도 빠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면서도 보수적이지 않고, SUV지만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풍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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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형 SUV 맥스크루즈.


현대차는 이미 싼타페 윗급인 대형 SUV 맥스크루즈에 싼타페 디자인을 심었습니다. 싼타페와 맥스크루즈는 사진을 대조하며 확인하지 않고서는 쉽게 구별하지 못할 만큼 비슷합니다. 현대차는 소형 SUV에도 싼타페 ‘유전자’를 심기로 결정했는데, 신형 투싼의 디자인이 바로 그 결정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신형 투싼은 리어콤비네이션램프 등에 볼륨감을 강조하고, 디테일이 섬세해진 것을 제외하고는 싼타페와 비슷합니다.

말하자면 신형 투싼이 나옴으로써 현대차 소·중·대형 SUV 라인의 디자인 정체성이 확립된 셈입니다. 이질적인 디자인의 베라크루즈는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곧 단종이 될 예정입니다.

문제는 차 이름입니다. 싼타페는 미국 뉴멕시코주의 지역입니다. 투싼도 애리조나주 사막에 위치한 관광지입니다.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뜻입니다. 두 지역이 미국 남부로 맞닿아있고, 멕시코와 국경을 이루는 곳이지만 다른 지역입니다. 그런데도 디자인은 거의 같으니 뭔가 앞뒤가 안맞아 보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아우디와 BMW 같은 프리미엄 업체들은 차 이름을 지명(현대차 투싼)이나 바람 같은 자연현상(폭스바겐 시로코)에서 따오지 않습니다. 아우디는 승용차 라인은 A3~A8, BMW는 1~7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는 A 클래스에서 S 클래스라는 알파벳과 수치의 조합으로 모델명을 정합니다.

현대차도 차 이름을 이런 식으로 지으면 ‘차 모양이 비슷한 것에 불만을 갖지 말라’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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