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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터뷰] "주변을 잘 보면… 사랑 가사가 지천에 널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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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가 김이나

기자에게 '야마(기사의 중심 주제를 뜻하는 은어)'가 없는 기사는 실패작이다. 작사가 김이나(36)는 "'야마'가 없는 노래 가사도 실패작"이라고 말한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명쾌한 언어로 전달하는 것, 그게 김이나가 말하는 '대중가요 가사'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아이유의 '좋은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등 히트곡 작사가로 현재 저작권료 수입 1위를 달리는 그가 최근 자신의 작사법을 담은 책 '김이나의 작사법'(문학동네)을 냈다.

'돈 잘 버는 작사가'의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 책장을 열어보니 첫 문장부터 직설적이다. "한 번도 내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좋은 일꾼이라고는 생각해왔다." 26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이나는 "대중가요 작사에 관한 실용서를 쓰자고 마음먹고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선일보

노랫말 작법 노하우를 담은 책을 낸 작사가 김이나는“주변에서 소재를 찾는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김이나는 대학 졸업 후 모바일콘텐츠 회사에서 휴대전화 벨소리 음원차트 만드는 일을 하다가 알게 된 작곡가 김형석에게 작사법을 배우면서 일을 시작했다. "데뷔 자체는 여러 경로로 할 수 있어요. 연줄로 할 수도 있고, 회사에 자기 작품을 무작정 들고 갈 수도 있죠. 문제는 데뷔 이후입니다."

책에는 데뷔 이후 성공을 위한 구체적 노하우가 담겼다. 1부 '작사의 기본기' 챕터에선 작사가들이 쓰는 전문 용어를 해설해주고, 3부에선 대중가요의 90%를 차지하는 사랑 노래 작사법을 설명하며 사랑의 온갖 유형을 먼저 논하는 식이다. "가사의 소스는 지천에 널려있어요. 주변에서 보는 여러 사랑 유형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호구형', '배신자형'이라는 식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서 활용하는 거죠." 김이나는 자신의 장점을 '뚜렷한 목표 의식'이라고 말한다. "작사가는 조연이에요. 작곡가와 가수 의도에 부합하는 가사를 쓰는 게 직업 작사가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납품업자'라는 비난을 듣기도 하지만, 스스로 "대중음악 산업을 굴리는 한 톱니바퀴"라고 생각한다. "깊이는 세월이 지나면서 쌓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제게 중요한 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언어를 쓰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좋은 가사 쓰기의 정답도, 정석도 아니다. 그저 많은 대중의 공감과 사랑을 얻고자 하는 이라면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한 방법이 담긴 실용서다.

[권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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