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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검찰 '방산비리 수사' 해군에 집중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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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자료사진)


통영함 비리와 관련해 지난달 사퇴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17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황 전 총장은 2009년 통영함 사업자 선정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준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들이 시험평가서 조작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 전 총장이 사법처리되면 2008년 차기 호위함 수주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STX조선해양으로부터 7억7000만원을 받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에 이어 6번째로 법의 심판대에 선 해군 장성이 된다.

지금까지 합수단 수사로 드러난 방위사업 비리 규모는 1981억원. 이 가운데 해군이 1707억원으로 가장 많다.

군 안팎에서는 해군 특유의 단결력과 군함의 특성이 방산비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해군 내에는 다양한 병과가 있지만 이들은 모두 같은 함정에서 수개월씩 작전을 하며 고락을 함께 한다”며 “이 과정에서 서로간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해군에서 병과보다 어떤 함정에서 얼마나 근무했는지 여부가 우선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유대관계는 전투력과 단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만 비리에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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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중인 해군 함정들(자료사진)


군함의 독특한 특성도 비리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군함에는 수백만개의 장비가 탑재된다. 정부가 제공하는 관급 장비만도 수백개가 넘는데, 외부에서 이 장비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그는 “설령 성능에 문제가 있는 장비를 장착했다 해도 군함이 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을 보면 눈치채기 쉽지 않다”며 “우스개소리로 ‘군함이 물에 가라앉지 않고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떠도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해군 함정들이 일정한 ‘표준’이 없다는 것도 비리의 한 원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해군 출신 예비역 장교는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중시하는 공군은 ‘아메리칸 스탠다드’라는 제약이 있지만 해군은 1980년대까지 유럽제를 더 많이 구매했을 정도로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운 편”이라며 “암묵적인 제약이 없고, 장비의 성능을 정확히 알기 힘든 상황에서 비리는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군이나 육군은 상대적으로 방산비리가 적은 편이다. 합수단에 적발된 공군의 비리 규모는 243억원, 육군은 13억원에 불과하다.

공군 관계자는 “공군은 ‘항공기가 추락하면 안된다’는 원칙이 최우선”이라며 “납품비리를 저질렀다가 비행기가 추락하면 그 책임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군 비리가 대부분 지상장비나 항공기 비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분야에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육군 관계자 역시 “육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개발해 국내 방산업체게 생산한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며 “수입품 규모도 작아 무기중개상들이 큰 매력을 못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육해공군의 서로 특성에 맞춰 합수단은 해군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해군 수난사’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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