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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 불신” 대놓고 드러낸 아베 정권… ‘한국과 가치 공유’ 삭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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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올 시정연설 때 예년과 달리 빼고 말한 부분과 일치

산케이 지국장 문제 등 배경… “더 멀어진 한·일 현주소”

일본 정부가 외무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한국 소개 코너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것은 악화된 한·일관계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한국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자주 쓰는 표현에 맞춘 것’이라는 외무성의 설명을 전했다. 신문은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의식 변화가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그동안 행한 연설의 내용을 살펴보면 일본 정부의 이런 입장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2월과 지난해 1월 행한 연설에서 ‘기본적인 가치 공유’를 일관되게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이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중요한 파트너임을 강조해온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월 연설에서 그동안의 표현을 싹 바꿨다.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표현 앞의 ‘기본적인 가치 공유’ 부분을 송두리째 빼버린 것이다. 외무성 홈페이지 내용 변경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 뿐 아니라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한국 사법과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이 (배경에) 있다”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설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측이 말하는 ‘한국 사법’은 박근혜 대통령 관련 기사로 한국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문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그동안 언론의 정당한 보도행위에 대해 사법적 잣대를 대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당사자인 산케이신문은 물론 아베 정권의 주요 인사들도 이런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일본 측이 이를 계기로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한국과는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한국 사회가 이미 종결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수시로 꺼내들면서 해외에서까지 일본을 공격하는 재료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불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일본 고난(甲南)대 교양학부 김태호 교수는 “외무성 홈페이지 내용의 변화는 단순한 표현 변화가 아니라, 전후 70년과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이한 상황에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는커녕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는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 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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