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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여섯 다리만 거치면 다 통한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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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람을 많이 아는 것보다

얼마나 밀접한 관계 맺느냐가 중요

연결 다리의 교착·단절 막으려면

노출채널 늘리고 진솔하게 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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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사람을 얻는가

리웨이원|336쪽|청림출판

이데일리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은행에 넣어둔 당신의 자산이 100만원이라고 치자. 이제부터 그 가치의 구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온전히 하루노동의 대가가 축적된 결과일 뿐이라고 여긴다면 단언컨대 지금껏 잘못 산 거다. 100만원 중 12만 5000원은 당신의 지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87만 5000원은? 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만 전제가 필요하다. 관계에 대한 정의 말이다. 단순히 안면 있는 이들끼리의 연결만이 아니다. 협력하고 동행할 수 있는 ‘인맥’이다. 다시 말해 은행 자산의 87.5%는 ‘유의미한 인간관계’란 뜻이다. 미국 스탠퍼드연구소가 분석한 연구결과가 그랬다. 크게 복잡할 것 없다. 어차피 사람이 자산이란 얘기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사람이다. 대신 이번엔 구체적이다. ‘육도인맥’(六度人脈)이 전제다. 바꿔 말하면 ‘6단계 분리 이론’. 이것도 생소하다면 이미 다들 아는 설명으로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 ‘여섯 사람을 거치면 세상의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다.’ 화려한 그물망으로 육도인맥을 펼쳐내면 머지않아 이른바 피라미드식 조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인맥관리전문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강고하게 펼친 주의·주장이다. 재미있는 건 그저 이론이나 전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 ‘6단계 분리 이론’ 속에 저자는 인생을 합리적으로 구획짓는 맵핑의 철학을 심어뒀다. 책은 그 가장 디테일한 실행의 방법을 설득력 있게 정리한 지침이다.

6단계의 객관성·과학성을 다지는 데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한 실험이 근거가 됐다. 2006년 MS사는 MSN 메신저를 토대로 두 사람을 무작위 상정, 몇 명을 거치면 서로 연결되는지를 따져봤다. 평균 6.6명이었다. 가장 어렵게 연결됐다고 해도 29명을 거치면 다 해결됐다. 결국 살아만 있으면 누구와도 연결이 된다는 의미다.

다만 염두에 둘 건 저자의 역설이 ‘사람의 연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수 있다는 거다. 우선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경선캠프에서 활약한 저자의 이력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 자신이 절실했던 네트워킹이 다름 아닌 ‘육도인맥’이었을테니. “유익한 사람과 친분을 맺고 이익을 서로 교환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본질.” 이런 정의를 아무나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닐 게다.

▲그물망은 고기잡는 데만 필요한 게 아니다

그림은 이렇다. 시작은 점 하나다. 개수가 늘어나면서 이내 무수한 점들이 주위에 박힌다. 그런데 이 각각으로는 ‘별일’을 할 수가 없다. 어떤 사소한 것이든 건져 내려면 촘촘한 망이 짜여야 한다.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인간관계와 육도인맥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한다. 분산된 하나하나의 점이 인간관계라면 이 개별을 엮은, 최소한 6개의 겹이 육도인맥이란 거다. 그저 점찍기식 관계맺기에만 몰두해왔다면 이제는 점을 면으로 바꿔내는 전략적 전환에 나서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떤 모양이 되겠는가. 설사 당신과 대통령의 관계라고 할지라도 달랑 여섯 명만 늘어서면 구도가 완성된다. 게다가 그물망이 좀더 촘촘해진다면? 중간에 한두 명쯤 줄이는 건 일도 아니란 얘기다.

▲‘1차 자료’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 건가

이쯤에서 저자가 끌어낸 두 개의 카테고리가 있다. ‘방향’과 ‘전달’이다. 어떤 사람과 사귀느냐가 방향이고 그 과정에서 드러내야 할 정보가 전달이다. 최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인맥의 효율성이 이 두 가지에 달렸다는 강조다. 카테고리를 가늠할 수 있는 도구도 내놨다. ‘1차 자료’라는 거다. 관계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그 ‘1차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렸단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유의미한 ‘1차 자료’가 어디에 어떻게 놓이느냐에 따라 관계는 자명하게 결정된다. 교착이냐 교류냐, 파행이냐 진행이냐, 연결이냐 단절이냐.

물론 양 갈래를 파악해내는 데도 수고가 따라줘야 한다고 했다. ‘선별하기, 줄 세우기, 분류하기’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정작 ‘그’와 연결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거다. 인맥운용의 다이내믹은 거기서 나왔다. 최소한 저자의 접근에서 정적으로 다져지는 인간관계에는 후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나비효과를 일으킬 인맥이란 것

‘인복’이란 말이 있다. 에둘러 표현하면. 사람끼리 맺어지는 인연이란 게 어차피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마당에서 벌어지는 현상일 수 있단 뜻이다. ‘기를 써도 안 되는 일’의 한 갈래다. 책은 그런 면에서 가장 이기적인 접근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 갈 수 있느냐는 동행자에 달려 있다”고 피력하고 있으니. 그나마 열어둔 창구는 ‘관계를 좁히는 법’이다. 신뢰를 유지하고, 노출채널을 늘리고, 진실한 마음과 적절한 배려심이면 된단다.

그럼에도 책이 결정적으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 정작 관계가 주는 갈증을 어찌 해소할 건가에 대한 답이다. ‘사람 사귀는 일이 제일 어렵다’를 토로하는 이들에 대한 헤아림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니 없다.

인생의 본질은 때론 어느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고독한 내면에서 다져진다. 결국 인맥이란 건 편리함일 뿐이다. 은행잔고 100만원 중 87만 5000원이 빠진다고 삶이 무너져 내리진 않는다. 불편한 일이야 수시로 생길 수 있겠지만. 그래, 다 차치하고 한 가지만 건져낼 수 있다면 적지 않은 두께의 책장을 넘겨온 보람은 빼낼 수 있다. 사람 귀한 줄은 알아야 한다는, 그 귀한 사람이 어느 날 인맥제국의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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