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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벼워진 '황제주' 아모레퍼시픽…거래 활성화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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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김수진 기자 = 300만원 주가를 찍은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이 액면가 분할 결정을 내리자 거래 활성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물량 부족으로 사고 싶어도 못샀던 개인투자자들도 이제 몸집 가벼워진 아모레퍼시픽 매입에 가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090430]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은 유통주식 수 확대를 위해 액면가를 5천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하기로 했다고 3일 공시했다. 액면 분할 대상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보통주와 우선주다.

신주는 이달 20일 주주총회를 거쳐 5월 8일 상장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에 나선 것은 유통 주식수 확대로 유동성 개선과 거래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액면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한 비율로 나눠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다. 액면분할은 주식 수는 증가하고 1주당 가격이 낮아져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한국거래소도 액면분할의 장점을 내세워 작년 10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고가 우량 상장사들을 불러 액면분할을 요구했다. 액면분할 후 유통 주식 수가 늘고 주가도 낮아져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아지면 주가와 시가총액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측도 "개인투자자의 매수가 늘어나고,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에 대한 유동성· 환금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모레퍼시픽 관련주로는 지주사인 아모레G[002790]와 아모레G우[002795],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우[090435] 등 4개가 상장돼 있다.

이들 주식은 시장에 유통되는 물량은 적은 데 반해 매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의 유통 물량은 기관 보유 물량을 포함해도 15%에 못 미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4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과 국민연금도 각각 28.9%, 8.10%를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최근 3개월 평균 거래량은 1만2천700주로 총상장주식수의 0.16%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의 하루 거래량도 최근 3개월 평균 1만5천832주로 0.27%에 그친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상장일인 2006년 6월 29일 이후 8배로 급등했다. 주가는 상장 당일 최저 37만5천원에서 종가 기준으로 2010년 6월 15일 처음 100만원을 돌파했다. 주가는 2014년 8월 13일 200만원을 넘고선 이날 장중 326만6천원까지 치솟았다.

주가가 300만원을 넘은 종목은 아모레퍼시픽이 SK텔레콤에 이어 두 번째다. 나머지 3개 종목의 최근 최고가도 아모레퍼시픽우 162만5천원, 아모레G 139만7천원, 아모레G우 66만9천원 등으로 높다.

이규연 한국거래소 상무는 "아모레퍼시픽 계열 주가가 오른 것은 유통 물량은 적고 수요는 많은 수급 불균형 때문"이라며 "그동안 주가 매입에 나서지 못하던 개인도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은 액면 분할로 유동성 개선 기대감이 생겼다"며 "이는 투자 심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액면분할 후 아모레퍼시픽 보통주의 주식 수는 584만5천849주에서 5천845만8천490주로 늘어난다. 아모레G의 보통주식 수도 797만9천98주에서 7천979만980주로 증가한다. 주가는 아모레퍼시픽은 27만∼30만원, 아모레G는 12만∼15만원 수준으로 각각 낮아진다.

과거 황제주인 SK텔레콤[017670]도 2000년 3월 6일 종가 기준 481만원까지 올랐다가 1개월 후 액면가를 5천원에서 500원으로 쪼개 주식 수를 늘리고선 현재까지 20만∼3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 결정은 다른 고가주들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제과[004990]와 롯데칠성[005300], 삼성전자[005930], 영풍[000670], 태광산업[003240] 등의 상장사 주가가 100만원을 웃돈다.

이 상무는 "유동성은 주가에 영향을 준다"며 "나머지 고가주의 추가 액면분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액면분할이 근본적인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아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우량주 56개 중에서 액면 분할 1년 후 주가가 다우존스지수 수익률을 웃돈 종목은 25개로 44.5%에 그쳤다.

한 연구원은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에서 이번 액면분할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의 기업가치와 밸류에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indi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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