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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학가 2題>개강이 달갑지 않은 ‘취준생’들…“학업에 알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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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지혜ㆍ박혜림 기자] #개강 첫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 내 24시 열람실에는 점심시간임에도 비어있는 자리보다 차있는 자리가 더 많았다. 대부분 인적성이나 영어시험, 고시를 앞둔 취업준비생들이었다. 특히 본격적인 2015년 상반기 공개 채용이 시작됨에 따라,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취준생들도 적잖이 눈에 띄었다. 노트북 이용석은 만석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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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가 개강으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학업과 취업준비를 병행하면서 더욱 바빠졌다. 개강 첫 날인 2일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수업준비에 알바, 취업준비까지...개강이 달갑잖은 취준생들= 3일 현대자동차ㆍ현대중공업을 필두로 상반기 대기업 공개 채용 시즌의 막이 올랐지만, 개강을 맞이한 취준생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0대기업 및 시중은행의 공개 채용이 학기 중인 3ㆍ4월에 몰려있고, ‘삼성고시’라고까지 불리는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SSAT)도 다음달 12일 예정돼 있다. 학업과 취업준비,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해야 하는 입장에선 개강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연세대생 정모(22ㆍ여) 씨는 “어제도 새벽까지 자기소개서를 쓰고 오늘도 채용설명회며 상담회를 다녀왔다”며 “그 와중에 수업은 수업대로 가야되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생 강모(25) 씨도 “다행히 이번 학기에 듣는 수업이 많지 않지만, 과외와 학업, 취업준비를 함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면서 “인문대생이다보니 솔직히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학과 공부를 할 시간에 스펙을 쌓는 게 더 낫단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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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가 개강으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은 학업과 취업준비를 병행하면서 더욱 바빠졌다. 개강 첫 날인 2일 서울의 한 대학교 도서관 전경.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전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취업시장 상황도 암담하다.

설문에 응한 207곳 가운데 ‘채용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이 6.8%, ‘한 명도 뽑이 않겠다’는 기업이 4.8%였다. 64.7%는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다고 답했지만, 이미 채용 규모를 줄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음에도 여론을 의식한 응답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기업 10곳 중 7~8곳이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를 줄일 수도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강을 해도 취준생들의 발길은 술집이 아닌 도서관과 열람실로 향한다. 서강대 열람실 관계자는 “최근들어 학부생은 물론 취업 준비를 하는 졸업생들로 열람실이 붐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열람실에는 절반가량 자리가 차있었다. 대형 온라인 취업준비 카페에서도 취업 스터디원 모집이 활발하다. 면접 및 어학 등 관련 게시판에는 이날 하루에만 250여개의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고려대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이 졸업생을 원하는 만큼 해마다 개강과 채용 시즌이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도 “요즘에는 기업들이 상시로 채용 공고를 내다보니 특정 시즌이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동아리’ 지고, ‘단톡방’ 뜬다= 입학과 동시에 취업 준비에 내몰리면서 2015 새내기 대학생들 사이에서 멋과 낭만의 ‘동아리’를 대신해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등에서 ‘사이버 친구’를 찾아 소통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방문한 서울 시내 주요 대학 캠퍼스에서 동아리는 ‘위기’를 맞은 듯했다.

1960년대부터 운영돼 온 K 대학교 문학동아리의 경우 현재 활동하는 회원이 1~2명에 불과하다. 이 동아리에서 만난 11학번 손모(25) 씨는 “입학할 당시에는 30명 정도가 가입해 활동했는데, 지난 해에는 지원자도 5명에 불과했고, 현재 활동하는 인원은 1명”이라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어회화 동아리의 함모(23) 씨 역시 “11학번의 경우 30~40명 정도가 지원해 7명이 활동했는데, 현재 14학번은 1명 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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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대학교의 중앙동아리 연합회장은 “최근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동아리가 문을 닫았다”며 “문학이나 영화, 국악 등의 동아리는 활동하는 사람이 3~4명 정도에 그치는 등 스펙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동아리가 아니면 활동이 극히 저조하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동아리를 떠난 대학생들은 사이버 세계에서 친구를 사귄다. 현재 서울시내 상당 수의 대학교는 ‘페이스북’ 상에서 ‘00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이름의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나무숲은 학교가 아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계정이다.

운영자의 메신저로 하고 싶은 말을 보내면 운영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3월 새학기를 맞아 대나무숲에 는 “15학번 새내기입니다. 00학과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없나요? 끼워주세요” “00수업 들으시는 분 있나요?” 등의 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대학에 들어온 젊은 세대들이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 온라인에 익숙해져있을 뿐 아니라 대면접촉을 통한 소통 경험을 많이 해보지 못한 탓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하늘의 별따기가 돼버린 취업환경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모든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걸 피곤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 세대들이 수없이 많은 정보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조준해 끌어모으기 위한 편리한 수단을 동원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는 “요즘 세대는 소비 중심적인 사회에서 자라다보니 몸을 움직이는 경험보다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적은 온라인 공동체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톡방 같은 사이버 공간이 경계를 확장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편하게 만난만큼 편하게 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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