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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넥슨-엔씨' 실패한 공조, 남은 수순은 깨끗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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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모두 대화 채널 열어놓은 상태, 양사 손해없는 방안 모색할 듯…]

머니투데이

"이번 공시는 경영 참여로 보유목적 변경공시를 한 것일 뿐, 엔씨소프트와 대화를 통해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1월 29일 넥슨 고위 관계자)

넥슨과 엔씨는 진짜 '경영권 분쟁'을 벌일 것인가, 아니면 '대안'을 모색할 것인가.

넥슨의 입장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다. 지난 28일 공시 전 엔씨소프트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사내이사' 자리를 여전히 원하는지, 혹은 경영 참여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다만 "엔씨의소프트 행동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게 현재 넥슨의 '매뉴얼'이다.

'호형호제'하고 전략적 M&A(인수합병)을 위해 과감하게 피를 섞은 게임 업계의 지존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 대표가 회사 상황을 이런 지경까지 몰고 온 진짜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드러난 현상만 보면 넥슨은 엔씨소프트에 경영권 참여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고, 엔씨소프트는 거부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황은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로서 최초 투자한 금액 8000여억 원의 지분을 갖고 있고, 두 기업의 협력은 불가능한 조건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파국'을 막기 위해선 불편한 동거를 끝내고 깔끔하게 '이별'하는 방법 밖에 남은 대안이 없는 것으로 본다. 물론 M&A 당시 합의사항이 있었듯, 이별에 필요한 조건에서도 양측은 새롭게 합의 봐야 한다.

무엇보다 2012년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투자할 당시 대비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떨어졌고, 엔화는 가치절하 돼 누군가는 손해를 볼 형국이기 때문이다.

넥슨 입장에서는 현재 엔저 현상에 따른 환차익을 계산하더라도, 2년 이상 묵혀뒀던 8000억 원을 원금마저 손실상태로 받고 싶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29일 기준 주당 4만원 가량 하락한 상태다.

엔씨소프트의 손해도 크다. 2012년 엔씨소프트가 넥슨 측에 지분 14.7%를 매각할 때 받은 8045억 원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양도소득세와 주민세로 약 1800억 원을 납부 했다. 그리고 그때 받은 엔화를 원화로 바꿔 지급한다면 다시 손해다.

엔씨소프트 측이 이달 29일 종가인 20만8000원에 지분을 다시 사들인다고 가정할 때 330만6897주를 전부 사들이기 위해서는 6878억 원이 필요하다. 이미 세금으로 납부한 1800억 원을 고려하면 600억 원 이상을 동원해야 한다.

결국 양사 간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선 주당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거냐 그리고 얼마만큼의 지분을 매매할 것이냐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일단 칼자루는 넥슨이 쥐었다. 엔씨소프트 측이 대주주의 요구인 사내이사 파견을 분명 반대했기 때문에 법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어떤 수준으로든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지 말지, 전적으로 넥슨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극단적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엔씨소프트가 먼저 나설 수도 있다.

업계나 증권가에서는 게임업계 생태계를 위해서도 업계 1, 2위가 출혈 경쟁을 하는 것보다는 각자 공고히 입지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나은 해결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측 모두 감정이 상한 것은 분명하지만 대화 창구를 닫진 않은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두 기업의 공동목표가 수포로 돌아가고, 나머지 협력도 결실을 맺지 못하면서 갈등 기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넥슨은 투자자로서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고 엔씨소프트는 독립적인 경영권을 원하니 방안을 마련하게 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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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의 기자 hja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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