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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주민세 알아서 올려라’ 정부, 세금 적게 걷는 지자체에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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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주민세 등 적게 걷으면

지방교부세 불이익 강화

2년내 수도세 인상 추진도

부익부 빈익빈 심화 우려

“지방세입 비중부터 올려줘야”


정부가 지방세 체납액을 줄이거나 주민세를 올리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지방교부세를 적게 주는 등 지방재정 구조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방교부세 제도는 국민이 어느 지역에 살든 행정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수입이 적은 자치단체에 필요한 재원을 교부해 자치단체 간 재정 균형을 맞추는 제도다. 정부의 방침이 실행되면, 제도의 취지가 훼손돼 지역 간 형평성이 더욱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방세 비중을 높여 지자체의 자주성과 책임성을 높이거나, 증세와 같은 근본적인 해법 없이는 지방재정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행정자치부는 29일 ‘지방재정·지방공기업 근본적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교부세를 이용한 ‘당근·채찍’ 정책이 핵심 내용이다. 주민세의 경우 걷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인 1만원보다 적게 걷는 자치단체는 덜 받은 금액의 200%(패널티율)만큼 교부금을 덜 주는 현행 방식이 더욱 강화된다. 정부는 패널티율을 300% 수준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애초 ‘1만원 이상’으로 법을 바꿔 모든 자치단체가 최소 1만원 수준으로 주민세를 올리도록 하려 했으나, 증세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해 ‘없던 일’로 했고, 이번엔 자치단체 스스로 올리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세금 체납액이나 과태료 징수율, 인건비(소방직 제외), 지방의회 경비, 업무추진비, 행사·축제성 경비, 지방세 감면액 축소 등의 실적도 교부세와의 연동 비율을 높일 방침이다. 앞서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에 대한 제도 개혁을 주문한 바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교육재정교부금 개선 방안은 교육부 등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행자부는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엘엔지(LNG) 저장시설이나 폐기물처리장은 물론, 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현재 지역자원시설세를 내는 과세 대상에 원자력·화력·수력 발전소 등만 포함돼 있다. 신재생에너지도 같은 발전시설인데 과세되지 않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이 있어 과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공기업의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도 내놨다. 2017년까지 현재 생산비의 82.6% 수준인 상수도 요금을 90% 수준으로, 하수도 요금은 현재 생산비의 35.5%에서 70%까지 맞추도록 했다.

자치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은 더욱 어려워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화될 것이다. 교부세 규모 자체가 커져야 지방재정이 개선될 텐데 그런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자치단체는 “이미 어느 지자체든 세수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마른수건 쥐어짜기’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전문가들 역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학계에서는 전체 세입의 20% 수준에 불과한 지방세입 비중을 올려 지방의 자주재원율을 높여주고 대신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보고 있다. 윤영진 계명대 교수(행정학)는 “지방의 자주재원율을 높이고 감세 기조를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특히 각종 재정수요는 늘어나는데 증세는 하지 않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자꾸 대통령 한마디가 가이드라인처럼 되어 정부가 실효성도 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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