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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내가 말하는데 건방지게 자르느냐’…홍준표 지사, 기관장 간담회서 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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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간담회서 무상급식 관련 발언중

김해교육장이 이의제기하자 언성

지사쪽 “예의 지키라고 말했을뿐”


홍준표 경남지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교육장에게 “건방지다”며 호통을 쳤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남지역 18개 시·군 교육장으로 이뤄진 ‘경남도 시·군 교육장협의회’는 29일 창원시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 지사가 지난 28일 김해시청에서 성기홍 김해시교육장한테 ‘지사가 말하는데 중간에서 건방지게 자르느냐’고 말한 것은 5만여명의 경남지역 교직원과 40만명의 학생을 우롱하고 무시한 처사이다. 홍 지사는 교육 원로인 성 교육장한테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성 교육장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홍 지사는 28일 ‘시·군 연두 순방’ 일정의 하나로 김해시청을 방문해 성 교육장, 김맹곤 김해시장, 김해시의회 의장, 김해중부경찰서장, 김해지역 경남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홍 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경남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남도 무상급식비 지원 중단 사태와 관련해 “경남도교육청 불용예산 중 절반 정도를 무상급식비로 사용하면 된다”며 자신의 생각을 참석자들한테 설명했다. 도중에 성 교육장이 “나에게도 무상급식에 대해 말할 기회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말씀을 그만두시라”며 홍 지사의 말을 끊었다. 이에 홍 지사는 “지사가 말하는데 중간에서 건방지게 자르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두 사람의 논쟁은 다음 일정이 있다며 참석자들이 말리면서 끝났다.

성 교육장은 “도지사 말을 중간에 끊은 것은 잘못됐지만, 도지사는 자신의 발언이 끝나면 곧바로 도정설명회장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는 없었다. 나는 도정설명회 참석 대상도 아니었다. 도지사가 무상급식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설명을 일방적으로 하는데, 경남도교육청을 대표해서 참석한 나로서는 지사의 말을 그대로 듣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정장수 비서실장은 “홍 지사는 ‘남의 말을 가로막고 방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을 뿐, 건방지다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또 “선출직 교육감도 아니고, 교육 일선에 계신 분들이 사실을 왜곡해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최소한 예의도 지키지 않은 성 교육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기관장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두 사람 발언의 정확한 표현은 기억하지 못하겠다. 다만, 다음달 정년퇴직하는 성 교육장이 교육계 원로이자 홍 지사의 고향 선배로서 한마디 한 것 같은데, 여유롭게 웃으며 대처해야 할 홍 지사가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맞대응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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