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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온라인 거래서도 카드 수수료 떠넘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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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운영 카페ㆍ블로그 등 구매자에 부담 요구 다반사

수수료율 최대 5%까지 제각각

에스크로 업체들도 탈법 부추겨

처벌받는 일반 가맹점과 달리 단속 근거 없어 금융감독 사각
한국일보

판매가 외 카드수수료 3.7%를 고객 부담으로 돌리는 블로그의 휴대폰 화면 캡쳐.


직장인 김민정(26ㆍ가명)씨는 며칠 전 한 블로그에서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발견했다. 가격도 11만7,000원으로 일반 온라인쇼핑몰보다 다소 저렴했다. 하지만 김씨는 원피스 구매를 결국 포기했다. 판매자가 카드수수료 5%가 추가된 12만2,850원을 요구한 탓이다. 김씨는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면 일반 온라인쇼핑몰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허탈해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형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이들이 구매자들에게 카드 수수료를 전가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 오프라인 소매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수료 떠밀기’가 온라인에서도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업체들과 달리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에서는 딱히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일반 카드가맹점에서 구매자에게 수수료를 부담하게 할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신법) 제19조의2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 포털 사이트 카페나 블로그에서는 카드보다는 현금 결제가 주를 이루고 사업자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카드가맹점으로 등록하는 대신 '에스크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별도의 업체를 통해 결제를 진행한다. 에스크로 서비스는 구매자가 결제대금을 제3자(업체)에게 예치하면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이후 업체가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는 일종의 안전거래장치다.

이 서비스는 판매자가 자신이 원하는 판매금액을 결제창에 입력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현금 결제 외에 추가로 카드 판매 수수료를 전가할 수 있다. 한 에스크로 서비스 업체는 "원칙적으로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수수료를 부담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수수료 구분 없이 결제대금을 통으로 입력해 판매가와 어떻게 다른 지 알 길이 없다"며 "혹여나 수수료를 이전했다고 해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판매자가 수수료를 포함한 결제대금을 마음대로 입력할 수 있다 보니 전가하는 수수료율도 3.7~5%까지 제각각이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평균 2.12%(2013년 기준)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카드수수료에 더해 에스크로 업체가 안전거래 명목으로 받는 수수료 1,000원까지 구매자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온라인 상의 수수료 이전을 처벌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전자감독규정 상에는 수수료 관련 언급이 없다"며 "당국에서는 에스크로 사업자의 인허가만 담당할 뿐 해당 업체의 구체적 운영방식이나 내용 등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시장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고 확대되고 있는데도 관련 법 조항이나 제재는 여전히 구시대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여신법이 적용되는 범위를 보다 확대하고, 당국 또한 관계 부서와의 협력을 통해 금융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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