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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금호아시아나, 직원들에게 “3년간 금융거래 내역 제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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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금융정보 달라는 것은 ‘인권침해’ 지적 나와

“직원들, 싫어도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금호아시아나 “윤리경영 점검 차원 실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요 계열사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3년 동안의 개인 금융거래 내역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시를 받은 임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개인 금융거래 내역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내부 증언까지 나오면서, 개인정보 침해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한겨레>가 입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임직원 금융거래 내역 확인 요청’이라는 제목의 그룹 내부 문건을 보면, ‘당사 주요 부서의 임원, 팀장 및 현장소장을 대상으로 금융거래 내역을 아래와 같이 확인하고자 하니 회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돼 있다.

문건은 금융거래 내역 제출에 대해 △올바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한 그룹윤리경영 이념 및 실천 의지 표방 △선물·금품 안 받기 캠페인 결과 확인 및 협력사 밀착형 비리 예방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을 통해 지탄받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이미지 구현 등이 배경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상 금융기관에는 국민, 신한, 우리, 하나, 외환, 한국SC, 한국씨티, 농협, 기업, 산업 등 전국 단위 은행 10곳과 광주, 부산, 전북, 대구, 제주, 경남은행 등 지역은행 6곳을 포함한 주요 은행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문건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윤리감사실 명의로 송부됐다. 윤리감사실은 이들 은행 계좌 거래 내역을 조회한 출력물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조회 범위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3개년이다. 특히 16개 은행 중에서 거래를 하지 않는 금융기관의 경우 “거래내역 없음 확인서 은행양식”을 별도로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지시는 지난해 12월 초 사내 메일을 통해 대상 임직원들에게 전달됐다가 거센 반발을 받고 한 차례 보류됐다. 하지만 그룹 쪽은 이달 중 다시 같은 내용의 지침을 내렸다. 두 번째 지침 제출 마감은 이달 30일까지다. 제출 대상이 된 한 직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직원들의 반발이 거센데도 인사상 불이익 때문에 할 수 없이 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는 명백한 개인정보 보호 위반이며 개인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금호아사아나그룹의 노무 관리나 경영 마인드가 1970년대 수준이라 (박삼구) 회장님이 원하면 뭐든 해야 한다는 군대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쪽은 이에 대해 “설을 앞두고 선물 안 받기 운동 캠페인 차원에서 (개인 금융거래 내역 제출을 지시)했다. 이런 캠페인이 종종 있어 왔고, 윤리경영 점검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그룹 차원이 아니라 납품, 구매계약 관련 팀과 관련 임원들을 대상으로 계좌정보를 내라고 했다. 일괄 3년치가 아닌 해당 보직 기간에 맞춰 제출하도록 했다”며 “제출에 앞서 재정부가 본인 동의를 다 구했다고 하고, 개인정보침해 문제도 법적 검토를 한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 15조 1항을 보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는 개인 통장의 금융거래 내역인데다, 회사의 일괄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이 명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동의해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침해가 명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는 “윤리경영 점검차 직원들의 금융 정보 내역을 요청한다고 해도 특별한 해사 혐의도 없는 직원들을 범죄자로 간주하고 금융 정보를 요청을 한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당사자 동의가 있더라도 노사관계 속에서 개인이 회사에 비해서 약한 지위라 정당한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 활동가는 이어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라는 공익적인 행위를 할 때도 개인의 금융정보 내역을 제공받으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광철 변호사도 “개인의 금융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보호받아야 하는 정보이기 때문에 직장이라도 수집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회사에서 개인정보를 요청했을 때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직원들에게 불이익이 있을 텐데 자의에 의해서 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직원들의 동의를 거쳤다고 하는데 법률상 강제가 아니라 동의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불이익이 예상돼 사실상 강요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는 금호고속, 금호터미널, 금호타이어, 금호건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IDT, 금호리조트, 에어부산, 아시아나 에어포트, 아시아나 애바카스, 아시아나개발,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 금호아시아나 인재개발원, 죽호학원 등이 있다.

박수진 김미영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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