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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남북간 비사 공개 MB회고록, 北 반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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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접촉 상세내용 공개로 남북관계 부담될수도"

남북대화 재개시 5·24조치 협상에도 영향 미칠듯

연합뉴스

이명박前대통령, 내달 2일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간 (서울=연합뉴스) 제17대 대통령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첫 번째 국정 회고록을 다음달 2일 출간한다. 재임 5년간 국정 경험을 담은 회고록의 제목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측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재임 시절 남북 간 이뤄진 물밑접촉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함에 따라 남북관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는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요구하면서 우리측에 그 대가로 대규모 경제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불과 4∼5년 전 남북 간 비밀접촉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개적으로는 이명박 정권을 거칠게 비난하면서도 물밑으로는 경제지원을 조건으로 집요하게 정상회담을 요구했다는 점은 북한으로선 낯뜨거운 대목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9일 "남북관계의 특성상 공개되지 않고 안고 가야 할 부분도 있는데, 물밑 접촉의 상세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남북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북 모두 물밑 접촉의 필요성이 생겼을 때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는 남북대화는 공개적이며 투명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막후 접촉의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라인이 비밀접촉에 대해 꺼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도 자신들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 우리측과 이뤄진 비공개 접촉 내용을 종종 일방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2011년 5월 베이징에서 이뤄진 당시 김태효 청와대 비서관과 북측간의 비밀접촉 내용을 북한은 1개월 만인 같은 해 6월 전격 공개하며 '돈봉투를 줬다', '남측이 양보를 애걸했다'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지난해 10월 남북 군사당국자간 접촉이 성과 없이 끝나자 당초 비공개로 진행됐던 접촉 성사까지의 과정과 결과 등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며 우리측을 비난했다.

우리 정부가 지금도 북한과의 비공개 접촉이나 비선접촉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자칫 북한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인 탓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번 회고록에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북한이 '(당사자가 아닌) 동족으로서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가 거부했다고 기술돼 있는 점도 관심이다.

향후 남북대화 재개시 북한이 요구하는 5·24 제재조치 해제 문제의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북한의 협상 카드를 점쳐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천안함 피격 사건 및 이에 따른 5·24 조치는 현재도 남북 간 최대 현안 중 하나이다.

박근혜 정부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방침 아래서도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에 대해선 딱 부러지게 제시하지는 않으며 모호성을 유지해 협상에 탄력적으로 임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돼 왔다.

그런데 전 정부 시절 우리가 '동족으로서 유감이라고 생각한다'는 표현을 거부한 것으로 공개되면서, 박근혜 정부로서는 5·24 조치 해제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 이상의 분명한 북한의 유감이나 사과 표현은 받아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됐다는 지적도 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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