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전문 단독 입수
“한승수 총리가 자원외교 총괄지휘” 책임전가
이 전 대통령은 28일 경향신문이 전문을 단독입수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알에이치코리아)에서 “세계 금융위기가 들이닥쳤을 때 우리가 신속히 4대강 사업을 시행할 수 있었던 것을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 누적과 22조원의 천문학적 예산 투자 등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혈세 낭비’ 비판에 대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투자’로 반박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18일 서울 신사동 한 식당에서 측근들과 송년 만찬을 마친 후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오르고 있다. | 정지윤 기자 |
이 전 대통령은 특히 회고록의 상당 부분을 외교 사안에 할애하면서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반면,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광우병 파동 등 재임 중 ‘내치 실패’에 대해선 대부분 야당과 당시 여당 내 친박계 의원들의 책임으로 돌려 파장이 예상된다. 회고록은 오는 2월2일 출간된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내가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벌였다는 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주장”이라면서 “감사원의 비전문가들이 단기간에 판단해 결론을 내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한반도 대운하가 좌절된 원인으로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들의 ‘반대’를 지목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은 국회 예산 통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부에서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라며 “17대 대선 때 치열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반대편에 섰던 의원들이 그 중심에 섰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 부실 논란과 관련해 “국내외 복잡한 현안은 내가 담당했으며 해외 자원개발의 총괄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고 밝혔다. 초대 국무총리로 한승수 총리를 임명한 이유도 특히 자원외교 부문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원외교 총괄 책임을 사실상 총리실 쪽으로 넘긴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자원외교의 장밋빛 성과를 줄곧 강조했다. 그는 2012년 12월14일 해외 자원개발 성과 보고대회에서 “해외 자원개발에 종사하는 여러분들은 단순한 경제활동이기보다 국가를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입장에서 자원은 경제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존립, 안보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해외 자원개발 과정에서 비리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 관리자를 엄벌하면 된다”며 “이런 문제를 침소봉대해 자원외교나 해외 자원개발을 죄악시하거나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재임 시절 남북이 수차례 비밀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성사 직전까지 간 사실도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12월5일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남한 국가정보원에 해당) 고위급 인사가 서울에 와서 실무협상을 열고 정상회담에 합의했으나, 2011년 초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이 북측 인사가 북으로 돌아가 공개처형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지방선거 쟁점이 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에 대해선 “민주당은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라고 주장하지만 나는 이를 ‘무차별 복지’ ‘정략적 복지’라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김여란·김진우 기자 pee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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