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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엔씨 경영권 참여' 선언한 넥슨, 진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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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기업결합→추가 지분매입→경영참여' 주가 단기부양 성공·경영 실 참여는?]

머니투데이

#2014년 10월 넥슨은 엔씨소프트 주식 8만8806주(0.38%)를 장내 매수했다. 넥슨은 넥슨 재팬이 보유한 지분을 포함해 15.08%로 엔씨소프트 최대주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특수관계인, 자사주 등을 합친 지분은 19.09%. 만일 넥슨이 5% 이상 보유지분을 늘리면 적대적 M&A(인수합병)도 가능한 상황이다. 넥슨은 당시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뭔가 기류가 이상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3개월 후인 2015년 1월 27일. 엔씨소프트 안팎에선 “올 것이 왔다”는 탄성이 나왔다. 넥슨이 경영권 참여를 공식 선언한 것. 엔씨측은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반발했다. 넥슨은 ‘다른 형태의 협력’이라고 일축했다.

◇‘입장 바꾼’ 넥슨 왜?…"M&A 불발, 손실은 크고 시장은 어렵고"

넥슨은 이날 "2년여 전보다 더 긴박해진 게임 산업의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과 민첩한 대응이 필요함을 절감했다"며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우선 넥슨이 손해 본 투자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한다. 2012년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사의 ‘빅딜’은 대형 M&A를 위해서였다. 양사는 세계로 뻗어나가 보자는 대의 아래 손을 잡았다. 김택진 대표는 최대주주의 자리를 넘기는 대신 ‘실탄’을 확보했다. 당시 두 기업은 세계적 게임사 EA(일렉트로닉아츠)를 인수하려 했다. 결과는 무산됐다.

대형 M&A는 수포로 돌아갔지만, 기왕 손을 잡게 된 업계 맏형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공동개발 등을 통해 시너지를 내려 했다. 그러나 공동 개발해오던 ‘마비노기2’ 프로젝트는 올 1월을 기점으로 중단됐다. 이후 엔씨와 넥슨의 협업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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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2012년 엔씨 주식 321만8091주를 살 때 주당 가격은 25만원. 총 투자금액은 8045억원이었다. 현재 엔씨 주가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20만 원대를 회복했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로는 8000억원이라는 큰 자금을 묵혀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넥슨은 손해가 아닐 수 있다. 2012년 대비 엔씨소프트 주가는 6만원 가량 하락했지만, 엔화 하락으로 넥슨 재팬의 초기 투자금액을 엔화로 환산할 경우 오히려 157억 엔 가량 이득을 본 상황이다.

◇반발하는 엔씨 “길이 다르다, 진의 파악 촉각”

엔씨소프트는 3개월 전 넥슨이 엔씨소프트 지분 0.38%를 추가 매수했을 때 이미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당시 양사의 얼굴 붉히기에 김 회장과 김 대표 간 ‘핫라인’이 무너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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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넥슨의 행보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단기 부양책의 일환과 실질적인 경영 참여다. 주가 단기 부양은 효과가 나타났다.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시간 외 거래서 상한가인 20만7500원에서 거래됐다. 이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엔씨소프트가 경영권 방어에 나서면서 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경영 참여 의지 발표로 주가가 급등하더라도 넥슨이 발을 뺄 경우 결국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 주장했다.

두 번째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실제 목표인 경우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재팬과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이번 넥슨재팬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특히 넥슨의 경영 참여가 실제 나타날 경우 엔씨소프트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퍼블리싱(유통)에 강한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라이브게임인 ‘리니지’, ‘블레이드앤소울’ 등을 적극 이용하거나 엔씨소프트가 보유하고 있는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한 추가 사업을 추진할 경우, 엔씨소프트의 무거운 개발자 조직을 그대로 두고 갈 리 없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대응이 주목받고 있다. 김택진 대표가 자신의 지분을 정리하면서 얻게 된 현금 8000억원을 다시 경영권 방어에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river@mt.co.kr, 홍재의 기자 hja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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