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아이들은 왜 ‘베댓글’ 놀이를 할까?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한겨레]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궁금하던 현상에 대해 최근 초등학생들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

한 초등학생이 “인기 웹툰에 올린 내 댓글이 베스트가 되었다”고 자랑했다. 며칠 동안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아이가 “나도 베스트가 된 적이 있다”며 “웹툰보다는 웹소설이 쉽다”고 비법을 공유했다.

비법의 종류도 다양했다. 인터넷의 기사나 웹툰,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는 대개 이용자들이 의견을 표시하는 댓글 게시판을 운영한다. 대부분 추천 수나 시간 순서로 댓글을 보여주는데, 그중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게 ‘베스트댓글’(베댓글)이 되어 맨 먼저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왜 베스트댓글에 목말라할까?

세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칭찬에 대한 목마름이다. 요즘 아이들은 바쁘다. 한주간 일정이 빡빡하다.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도 예전보다 적다. 주위 친구들과는 늘 비교된다. 건강하고 씩씩한 것만으로도 칭찬받았던 과거와 다르다. 지금은 인정받기 어렵다.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에서 상위에 있는 ‘존경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베스트댓글은 일종의 출구인 셈이다. 현실에서의 부족함을 인터넷이 충족해 주는 셈이다.

또 다른 배경은 표현의 자유를 향한 의지다. 물론 최근 프랑스의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불러온 논쟁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인터넷에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해 주어야 하는지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생활이든 법적으로든 조금 더 제약이 있다. 자기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싶은 아이들에게 베스트댓글은 좋은 실험실인 셈이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어 그 자유를 최대한 누리고 싶어한다.

셋째는 관계나 정보에서 질적인 깊이보다 양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한정된 관심의 양을 놓고 베스트댓글이 되기 위한 초등학생들의 간절한 노력은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내가 무려 6천여명에게 ‘좋아요’ 받은 사람이야”는 정확한 숫자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등수가 매겨져야 하고 수치화되어야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수학의 7대 난제’ 중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한 러시아 수학자 페렐만은 권위 있는 상도 거부했다. 밖으로 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수학으로 증명한 것으로 끝났다는 태도였다. 멋진 발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다른 중요한 것들이 많으며, 자존감은 그런 베댓글 정도로 충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문제의 배경에는 학교, 학원, 각종 활동에서 순위와 성적으로 아이들을 수치화하는 사회와 어른들이 있다.

고평석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원

공식 SNS [통하니] [트위터] [미투데이] | 구독신청 [한겨레신문] [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