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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러 루블화 쇼크, 신흥시장 자본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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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제 유가 하락과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신흥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유가 급락, 러시아 루블화 폭락 사태 등으로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짙어지면서 지난주 신흥시장에서는 자본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펀드정보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일주일간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총 90억달러(약 9조9000억원)가 유출됐다. 특히 신흥시장 주식형 펀드에서는 주간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많은 70억달러가 유출됐다.

같은 기간 채권형 펀드에서는 2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국가별로는 중국에서 가장 많은 25억달러가 빠져나갔고 브라질 9억7900만달러, 인도 5억5200만달러, 러시아 3억8160만달러 순이었다.

러시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자본 유출 규모가 작은 것은 이전부터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이 러시아에서 자금을 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국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고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신흥국들은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러시아는 15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6.5%포인트나 올려 17%까지 올렸다. 인접국 벨라루스도 20일 일일물 금리를 24%에서 50%로 올리는 등 러시아 인근 국가들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브라질은 올해 들어 다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려 12월에도 0.5%포인트를 올려 연 11.75%까지 금리를 높였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11월에 기준금리를 7.75%까지 올렸고, 필리핀도 7월과 9월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산유국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동참한 상태다. 앙골라는 지난 10월, 나이지리아는 11월 금리를 올렸다.

신흥국들은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데 비해 선진국에서는 자국 안전자산으로 몰려오는 돈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와 함께 돈을 풀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18일 금융회사가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금에 대해 0.25%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했다. 유럽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양적 완화를 실시해 환율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다. 스위스는 스위스프랑화 가치를 1유로당 1.2 스위스프랑에 맞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가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낮췄고, 스웨덴은 10일 제로금리를 도입했다. 모두 환율 방어와 함께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해지면서 선진국으로 자금이 대거 들어오면 통화 가치가 상승한다(환율 하락). 이렇게 되면 수출 경쟁력이 낮아지고 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럴 때 금리를 낮추면 투자 매력이 낮아져 외국 자금 유입이 줄어든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경제자문은 “선진국마다 다른 경제 상황은 신흥국에 위기이면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산유국이나 러시아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지만 한국과 인도네시아처럼 미국과 대규모 무역을 하는 국가들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최근 신흥국 위기와 1999년 상황이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1일 “러시아 경제위기와 유가 하락, 강달러, 실리콘밸리 붐, 미국 경제 부상, 신흥시장 통화가치와 주식시장 하락, 미국 정치권에서 민주당 퇴조 등이 1999년 말과 유사하다”면서 “15년 전 상황에서 배울 교훈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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