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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기쁘다 8조 배당 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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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0~50% 확대

현대차는 '중간배당' 계획

정부·연기금 등 요구 반영

외국인 포함 13조 배당할 듯

“당사는 주주 중시 정책 및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전년 대비 배당 증대(30~50%)를 적극 검토 중입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그룹장은 19일 오후 3시45분에 이렇게 공시했다. 이에 앞서 이날 장 시작 전부터 국내 증시에 삼성전자가 배당을 확대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한국거래소는 오전 10시13분 삼성전자에 이 내용이 맞느냐며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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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날 장이 마감된 후 공시를 올렸지만 이미 시장에 소문이 퍼진 뒤여서 이 회사의 주가는 4.9%(6만2000원)나 급등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달 10일부터 외국인이 팔아치우며 이 회사 주가는 하루만 빼고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유가 하락에 따른 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 그리스의 정쟁 불안, 세계 경제 디플레이션과 엔화 약세 등 대내외 악재로 국내를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삼성전자 주가는 134만9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약세를 보이며 126만6000원으로 떨어졌다가 배당 확대 소식이 나온 19일 132만8000원으로 올라섰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배당 확대 기대감에 이날 코스피도 전날보다 1.71%나 올랐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국내 시가총액 1·2위 기업이 잇따라 배당 확대를 선언하면서 국내 증시에 배당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의 배당수익률(배당금을 주가로 나눈 비율)은 1% 초반에 불과해 세계 꼴찌 수준이었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 증시는 배당수익률이 2~3%에 달한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이 현재 주가의 몇 %인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실제 투자했을 때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배당금은 2조1600억원이다. 이보다 30∼50% 늘리면 올해 배당 규모는 2조8100억~3조24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2조19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해 올해에만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조원가량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10월 23일 3분기 실적 발표 때 ‘깜짝 선언’을 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이 “내년부터 중간배당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5.8% 올랐다. 당시 현대차는 한국전력 부지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시장의 평가 때문에 주가가 무려 25.7%나 떨어져 있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만도는 10월 24일 배당과 관련해 순이익의 25%를 투자자에게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도 지난 12일 주당 3430원을 현금 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는 과거 4년 동안 주당 배당금이 600원 수준에 머물렀다. 엔씨소프트는 배당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6.5% 올랐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외국인은 2조8000억원을 순매도했다”며 “다음주 26일 주주명부 폐쇄일을 감안하면 배당 관련 자금이 유입되며 외국인 순매도가 잦아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주요 기업이 배당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시장의 요구 때문이다. 이미 외국 투자가가 국내 기업에 배당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내년부터는 배당 확대 요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연·기금의 배당주주권 행사를 포함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민연금 등이 투자기업에 배당을 요구하는 배당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부와 연·기금이 배당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다른 기업의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배당금이 소비 부진으로 얼어붙은 경기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는 배당수익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배당금이 13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 주주 몫을 빼더라도 국내 투자자에게 8조원 이상 돌아갈 전망이다.

김창규·염지현 기자

김창규.염지현 기자 teenteen@joongang.co.kr

▶김창규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teentee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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