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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진핑, 흔들리는 '일국양제' 원칙 '쐐기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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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연합뉴스) 한승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카오를 방문해 보여준 행보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대한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권 반환 15주년을 맞아 19~20일 마카오를 방문한 시 주석은 일국양제를 '위대한 구상'으로 치켜세웠으며, 주권반환 기념식에서는 "어떤 어려움과 도전이 있더라도 일국양제에 대한 신념과 결심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르난도 추이(崔世安) 마카오 행정장관과 주권 반환 기념식 참석차 마카오를 방문한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에게 일국양제 원칙 고수를 강조하기도 했다.

일국양제는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이 만들어낸 개념이다. 그가 개혁·개방을 추진하며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 두 체제 병행할 수 있다'고 제시한 데서 비롯됐다.

이 개념은 중국 개방의 시발점인 경제특구에 적용된 뒤 1997년과 1999년 각각 영국과 포르투갈로부터 홍콩과 마카오의 주권을 돌려받으면서 이들 '특별행정구'에 대한 통치원칙으로 발전했다. 대만과의 양안(兩岸)관계와 통일 원칙에도 적용되고 있다.

중국이 이 원칙에 따라 홍콩과 마카오에 50년 동안 '고도의 자치'를 보장해 독자적인 사회·경제체제를 운영하도록 한 정책은 이들 지역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냄으로써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시 주석이 이번에 방문한 마카오의 경우는 주권 반환 이후 1999~2013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에 달했다. 1인당 GDP도 1만5천 달러에서 8만7천 달러로 급증해 아시아 2위,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홍콩의 급속한 경제 발전 속에서 빈부격차와 자산 거품 심화라는 부작용으로 일국양제와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고 마카오에서도 경제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카지노 산업이 위축되면서 경고등이 켜졌다.

시 주석의 반(反)부패 드라이브 여파로 '큰손'인 중국 관리들이 마카오행 발길을 끊은 것이 경기 부진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중국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콩에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가 80일가량 벌어지면서 마카오에서도 반중 감정이 폭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일국양제에 대한 동요 조짐도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의 마카오 방문은 중국 최고지도자가 5년에 한 번꼴로 주권반환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관행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일국양제 원칙 고수에 대한 '쐐기 박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은 주권반환 기념식에서 "일국양제를 굳건히 견지해나가는 것이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 번영과 안정의 필요조건이자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꿈(中國夢)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부분"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전날 마카오에 도착한 직후 "일국양제와 기본법을 정확하게 지키면 마카오는 반드시 갈수록 안정되고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이번 행보는 친(親)중국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이끄는 대만 국민당이 이달 초 전국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역시 흔들리고 있는 양안 간 일국양제 원칙에도 '변한 게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으로 보인다.

h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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