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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F현장] '그 날의 아픔 잊히다'…판교 환풍구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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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지난 10월 17일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에서 가수의 축하 공연을 보려고 환풍구에 올라선 관람객 27명이 20m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판교=고수정 기자,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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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ㅣ 판교=고수정 기자] 그대로다. 무너진 모습이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18일로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지난 10월 17일 열린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에서 가수의 축하 공연을 보려고 환풍구에 올라선 관람객 27명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20m 아래로 떨어졌다.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피해자 보상 지원을 위한 경기도 성남시의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부상자 가족 및 유가족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그러나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찰의 시선은 '수원 팔달산 토막시신 사건'에 쏠려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는 잊혀가고 있다.

16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사고 현장은 매서운 강풍처럼 그저 차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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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두 달이 지난 현재 건물 관리소는 환풍구에 들어가지 못하게 철제 펜스를 쳤으며, 자물쇠를 걸었다. 무너진 돌 등 현장 보존이 돼 있는 상태다./판교=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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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가 열린 유스페이스 앞 광장. 영하권 강추위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환풍구는 광장 바로 옆 눈에 띄기 쉬운 곳에 있다. 사방이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채 자물쇠까지 굳게 걸려 있다.

그날의 충격을 말해주듯 '접근금지', '추락위험', '출입금지' 안내문이 보였다. 환풍구 바로 옆에는 무너진 벽돌이 고스란히 뉘어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안을 들여다봤다. 환풍구 철제 구조물이 겹겹이 쌓여있다. 두 달 전 끔찍했던 사고 당시 그대로다.

왜 그대로 일까. 이 건물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이 수사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면 수천 명의 인파가 들락날락하는 광장이지만, 이 사고를 생생히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가끔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촛불을 밝히힐 때 기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판교테크노밸리 바닥 공사 관계자 이모(51) 씨는 "공사할 때 보면 사람들이 와서 천도재 같은 것을 연다"며 "여기는 직장인들이 많아 점심시간만 되면 유동 인구가 많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환풍구를 쳐다보는 사람도 적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환풍구 근처 식당 직원 강모(53) 씨는 "한동안 사람들이 환풍구를 구경하려 많이 왔지만, 지금은 발길이 많이 끊겼다"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기억에서 잊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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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는 광장 옆 사람들의 눈에 띄기 쉬운 곳에 있으며, 건물 관리사무소는 또 다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추락 위험 출입 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판교=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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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고를 담당하는 경기지방경찰청은 사고 발생 두 달이 됐지만, 여전히 수사결과 발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환풍구 하중실험 이후 종합적인 수사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발표 일정만 4~5차례 이상 번복하며 일정을 미뤄왔다.

경찰은 "법리 검토 등 전반적인 사안을 놓고 검찰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의 진척이 없다 보니 희생자에 대한 보상 절차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직장인 김모(38) 씨는 "아직 별다른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 두 달이나 흘렀다는 게 안타깝다"며 "희생자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김 씨의 지적처럼 유가족들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성남시 김남준 대변인은 16일 <더팩트>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성남시에서 단독으로 대책본부를 운영 중"이라며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인명피해 사고로 얼룩진 올 한해, 지지부진한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희생자, 피해자, 유족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

정치사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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