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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원고 갈게요" 교실 남기자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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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 부곡중 3학년에 재학 중인 김현빈양(15)은 단원고에 지원할 예정이다. 방과 후 활동·동아리가 활발하다는 얘기에 단원고를 가고 싶었다. 최근 단원고 진학 의지를 굳혔다. 지난 24일 단원고 1·3학년 학부모회의에서 “신입생이 오려 하지 않으니 추모 공간으로 남은 2학년 교실을 정리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는 것을 듣고 나서다. 이 회의에서 일부 재학생 학부모들은 “빈 교실이 학업 분위기를 저해한다”, “신입생 지원이 준다”는 의견을 냈다.

“세월호 사고 책임이 단원고에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언니·오빠들 교실 때문에 (중학생들이) 겁을 내 진학을 꺼린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김양은 지난 27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실을 치우면 분위기가 바뀌고, 중학생들이 더 많이 지원할 거라는 생각은 너무 단순하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 “생존한 언니·오빠들이 지금도 빈 교실을 찾아 친구들을 그리워한다”며 “학생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고도 했다.

김양은 세월호 참사 추모 활동에 꾸준히 참여했다. 서울 광화문광장과 안산 분향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을 돕거나 분향소 벽화를 그렸다. 김양은 “세월호 참사 가족분들과 같이 있어드리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 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경향신문

■추억에 잠긴 아이들

와동중학교 3학년 신혜수양(15)은 가까이 지내던 단원고 언니·오빠들이 많았다. 단원고 희생학생 ㄱ군(17)은 신양이 다니던 학원건물 1층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ㄱ군은 “학원 마치면 바로 딴 데 새지 말고 바로 집에 가라”며 버스를 태워다 주는 등 신양을 친동생처럼 챙겼다.

수학여행을 떠나던 지난 4월15일, ㄱ군은 직접 싼 도시락을 신양에게 건네고 갔다. “오빠, 나 오늘 신체검사한다고 하루 종일 굶으래”라는 신양의 메시지에 ㄱ군은 “난 점심 먹어서 배가 안 고프니 너 신체검사 끝나면 먹어”라고 답했다.

세월호 참사 후 힘들어 하는 신양을 보며 어머니 이은진씨(40)는 딸을 단원고에 진학시키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신양은 단원고에 가도 괜찮다고 했다. “언니, 오빠들이 학교에서 축제하는 모습도 생각나고, 졸업하던 모습도 생각나. 나도 언니 오빠들 다니던 학교에 가서 졸업하는 모습까지 보고싶어.”

지난 24일 ‘2학년 교실 정리’ 소식이 알려진 뒤 이씨는 “빈 교실을 보면 무섭지 않겠니”라고 딸에게 물었다. 신양은 “언니 오빠들 자리가 왜 무서워. 학생들은 아직 아이들이니까 무섭다고 느낄 수도 있어. 그럼 엄마들이 그게 아니라고 잘 얘기해줘야 되지 않아?”라고 물었다.

이씨는 “2학년 교실을 문제 삼는 사람들은 희생자 가족도, 생존자 가족도 아니다. 생존 학생들은 아직도 떠난 친구 자리를 찾고 생일을 축하한다. ‘학업 방해’, ‘신입생 감소’를 이유로 교실 치우자는 어른들한테 애들이 뭘 배울 수 있을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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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시는 서울도서관 3층에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이라는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안산시 고등학교 지원은 다음달 15일 시작된다. 안산 ㄴ중학교 3학년 부장교사는 “안산고는 원래 좋은 학교였고 앞으로 지원이 더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편”이라며 “학생보다 일부 학부모의 거부감이 크다”고 했다. ㄷ중학교 3학년 담임교사는 “특별히 단원고에 가지 않겠다는 이야긴 듣지 못했다. (참사 이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지원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진학 희망자가 늘기도 한다”고 했다.

일부 부모 입장에선 여론의 주목을 받는 학교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단원고 1학년 자녀를 둔 ㄹ씨(43)는 “세월호 사고가 계속 되는 한 기자들도 오고, 분위기가 어수선 할 것 같다. 아이들이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학교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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