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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신냉전 희생양 몰도바, 동-서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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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옛 소련의 작은 위성국가였던 인구 400만 명의 몰도바가 30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두고 동-서 분열의 갈림길에 섰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친서방파와 친러시아파가 갈려 ‘신냉전’의 또 다른 희생양이 된 셈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몰도바가 1989년 소련 붕괴 시절과 마찬가지로 동-서, 러시아와 유럽연합(EU) 사이에서 차이가 극명한 냉혹한 선택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27일 보도했다.

유리 랸케 몰도바 총리는 FT에 “이번 선거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있어 결정적이고 중요하다”며 “조국이 앞으로 나가길 원하는가는 문명인의 선택”이라고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몰도바 수도 키시네프 거리 한쪽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나온 선거운동 벽보가 붙어있다. 다른 한쪽엔 ‘EU패밀리’ 가입을 요구하는 의미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깃발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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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랸카 몰도바 총리.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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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을 노리는 랸케 총리는 “유럽 국가로서의 지위를 원하느냐, 아니면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과 같은 분쟁과 불안정한 상태를 원하느냐”며 “멈추거나 주저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우리에게 교훈이 되고 있다”고 말하며 친서방 정권을 지지해달라는 유세활동을 벌였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EU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일부 몰도바 정치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키시네프 주재 한 외교관은 FT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번만큼 EU버스를 탑승하기에 적절한 때가 없을 것이란 인식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랸케 총리는 이를 이용하고 있으며, ‘유럽을 향해’란 슬로건을 내걸고 내년 EU 회원국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러시아는 몰도바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1944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의 통치를 받았던 몰도바는 아직 옛 소련의 흔적을 씻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여전히 자국 경제권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FT에 따르면 몰도바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4년 간 20% 성장했다. 그러나 많은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몰도바에 가스 전량을 공급하고 있고 최대 해외 투자자이자 무역 파트너이다.

많은 몰도바인들이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이 보내오는 돈에 의존하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여러 연구에서는 노동인구의 40%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러시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내오는 돈은 80억달러의 전체 GDP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엔 러시아가 몰도바의 최대 수출품목인 몰도바산 와인과 채소, 육류 등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1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 인구 400만이 채 못되는 몰도바로선 큰 타격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수행한 조사에서는 57%의 몰도바 국민이 러시아를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로 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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