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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修能 복수정답 인정 파문] "출제위원간 학맥·인맥 얽혀… 엄격한 문제 검토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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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오류 왜 자꾸 반복되나]

"출제진 한달간 합숙하는 폐쇄적 시스템도 원인"

조선일보

1993년 수능을 도입한 이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다섯 차례, 총 여섯 문제에서 오류를 인정했다. 2004학년도 국어, 2008학년도 물리, 2010학년도 지구과학에 이어 지난해 세계지리 출제 오류가 있었고, 올해 수능에선 영어와 생명과학II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오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평가원도 수능 출제와 검토·점검 과정을 강화해왔다. 그런데도 왜 자꾸 오류 시비가 불거지는 걸까.

우선은 갈수록 능력 있는 출제·검토진이 수능 출제위원으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용기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수능 출제를 하려면 학기 중인 10월 한 달간 합숙을 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우수 교수·교사 차출 요청에 응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수능 출제에 대한 별다른 메리트가 없으니 교수나 교사 입장에서 본인 강의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교수나 교사들이 출제위원으로 수년간 반복 선정되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출제위원 간 학맥(學脈)·인맥(人脈)이 엄격한 문제 검토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수능 문제는 출제위원 간 자율 검토를 시작으로 검토위원들의 영역 내 1·2차 검토, 영역 간 교차 검토, 최종 상호 검토 등 약 6단계 점검을 거쳐 출제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제 오류가 잦은 것은 친분 있는 선후배 동문끼리 문항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올해 수능 출제위원 316명 중 같은 대학 출신 출제위원 비율은 영역별로 약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감사원 감사에서 출제위원 156명 중 41.7%가 서울대 사범대 동문인 것으로 확인된 것에 비하면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수능 마피아'에 가까운 선후배 연줄이 작동하고 있다.

출제진을 합숙시키면서 수능 문제를 내는 '폐쇄적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능 출제진과 검토진은 수능을 약 한 달여 앞두고 모처에서 외부와 접촉을 완전히 끊은 채 합숙 생활을 한다. 이런 경우 주어진 시간 내 제한된 자료만 검토할 수밖에 없어 양질의 문제를 만드는 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도입 당시 수능의 취지는 미국 SAT 일반검사처럼 기본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30개가 넘는 교과목을 택해 시험을 치는 학력고사처럼 바뀌면서 출제 범위가 늘어나고 관리가 어려워졌다"며 "현재 수능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손질하지 않으면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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