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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그들은 정말 사랑했을까… 大法 판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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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뻘 여중생 임신시킨 40代에 무죄"로 파기 환송]

"피해자가 수감 중 매일 접견… 보낸 사랑 편지·메시지 진솔"

스물일곱 살이나 어린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어 임신까지 시킨 40대 남성에 대해 대법원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겸 연예 기획사 대표 조모(45)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 2011년 8월 아들이 입원해 있던 한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교통사고로 입원해 있던 A(당시 15세)양과 우연히 마주쳤다. 키도 크고 예쁘장하게 생긴 A양이 연예인에 관심을 보이자 조씨는 A양의 휴대전화 번호를 받아내 "아는 기획사에 유명 연예인이 많은데 소개해 주겠다"고 접근했다. 이후 조씨는 A양을 꾀어내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고, 결국 A양은 임신했다. 이듬해 4월 A양이 임신 사실을 알리자 조씨는 "집에 이야기하지 말고 거짓말해서 가출해라"고 해 자기 집에 데리고 살면서 계속 성관계를 했다. A양의 아버지는 뇌종양으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했고, 어머니 역시 건강이 좋지 않아 적극적으로 A양의 피해를 호소할 수 없었다. A양은 아이를 낳은 2012년 9월에야 주위 도움으로 경찰에 조씨를 고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씨는 "A와는 순수하게 사랑하는 관계였고, 가출 역시 A가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성질이 난폭한 조씨가 내 부모나 자매에게 해를 끼칠까 걱정돼 알리지 못했다"는 A양의 진술을 인정, 조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도 조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조씨가 수감돼 있는 동안 A양이 조씨를 거의 매일 면회하면서 '사랑한다' '보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와 문자메시지를 계속 보냈다"며 "조씨가 자기 뜻을 거스르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A양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양은 "'사랑한다'는 편지·문자를 보내지 않으면 조씨가 엄청 화를 냈기 때문에 비위를 맞추려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13세 이상 미성년자와 합의하에 성관계한 경우 그 자체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검찰은 다른 법조항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A양이 당시 15세에 불과했다는 점, 조씨가 연예 기획사 대표라는 점, 인터넷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성인 물품을 살 때도 부모 동의를 받으면서 유독 성적 자기 결정권만 13세로 인정하는 형법 체계 등을 고려할 때 매우 모순된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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