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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日 혐한파 심리는 '믿을 수 있던' 한국에 대한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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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기조 교수 강연…"혐한 유행은 '재미', 오래가지 않을 것"

뉴스1

오구라 기조 교토대학교 교수가 24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의 혐한파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 = 일본 내 지한파 학자로 유명한 오구라 기조(小倉紀藏) 교토대 교수는 24일 낮 12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국제대학원 GL룸에서 열린 일본 전문가 초청세미나에서 "혐한파의 심리는 한국에 대한 '실망'이고 혐한 관력 서적을 보는 사람들의 이유는 '재미'"라며 "내년부터는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책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구라 교수는 이날 '일본의 혐한파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면서 일본 내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이하 재특회), 혐한파 등의 핵심 주장과 배경 등을 조목조목 짚은 뒤 참가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구라 교수는 일본 내 혐한파과 혐중파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일반적인 혐한파의 심리는 '실망'"이라며 "믿을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가 버렸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 대해서는 믿음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일본에서 혐한이 유행하고 있는 이유로 '재미'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즉 "표면적인 혐한의 이유는 '재미'"라며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 한류 당시 '한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매력적인 나라'라는 소리만 했던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혐한 관련 서적을 구매하는 일본인들은 한류는 재밌다, 혐한류도 재밌다는 심리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서적의 내용이 모두 똑같다 보니 재미라는 것이 그렇게 오래 가진 않을 거고 내년부터는 한국을 제대로 알자는 내용의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질의 응답에 앞서 진행된 강연에서는 혐한파의 핵심 주장과 그 근거가 된 일본 사회의 문화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선 오구라 교수는 시위를 하며 혐한 발언을 하는 사람들과 혐한파를 구별하면서 혐한과 반 북한 심리도 엄격히 구분했다.

오구라 교수는 "한국인들에 대해 심한 말을 하며 길에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재특회"라며 "이들은 재일 동포들이 특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비해 혐한파는 일본 사회 전체에 더 넓게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혐한파는 한국에 대해 비겁한 승리자, 믿을 수 없는 사람들로 보고 있으며 이제는 대등하게 주장을 해야 하는 상대로 보고 있다, 한국은 성공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독재, 공포정치, 실패 국가로 보고 있어 혐한과 반북한 심리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혐한파의 주요 주장으로는 한국·재일동포에 대한 비판, 보수가 존재하지 않았던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비판 등을 제시했다.

오구라 교수는 "아베 신조 총리,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 같은 정치인들은 일본 정치사에서는 비주류였던 사람이 무대로 올라온 경우이며 전후 일본 사회에 보수가 없었다는 건 어느 정도 맞는 얘기"라며 "학계에서도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이 없으면 한국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고 이에 대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0년대 일본에 비하면 현재 일본 사회는 총체적인 자신감 상실, 고독감이 지배하고 있어 타자를 포용하려는 힘이 현저히 없어지고 있다"며 "동아시아와 친하게 지내지 말고 조용히 우리끼리만 살자는 심리 상태가 일본에 팽배해 있다"고 말하면서 이를 혐한파들이 형성된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또 ▲한국이 일본의 좋은 것을 빼앗아 갔다는 심리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왕 관련 발언,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 전략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우호적인 태도 등이 일본 사회에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혐오감이란 '비겁하고 믿을 수 없는 민족', '더 불결하다' 등의 이미지이며 특히 일본인이 굉장히 소중히 지키고 있는 '법치주의'가 결여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역사를 함부로 날조한다, 피해자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시키며 일본인을 적대시하고 비교의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도 넓게 퍼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3~4년 전 인터뷰를 봐도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고 세계 도처에서 일본에 대해 욕을 하는 나라가 있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한국인들의 민도가 낮다고 생각한다"며 "혐한 관련 서적들이 그런 근거가 될 만한 사실을 골라 편집해 제공을 하니까 그 책만 보는 사람들은 그렇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구라 교수는 "일본의 지한파, 친한파가 한국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해왔다"며 "젊은 일본인들은 식민 지배에 대한 속죄감이 없고 70년 전의 일을 왜 책임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역사 인식 문제를 일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건 (결과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등한, 상대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특수한 문제에 대해 특수한 존재가 100% 잘못됐다고 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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