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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망자 제로(0)...그것은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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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지난 22일 오후 10시 8분 일본 나가노(長野)현 북부에 있는 하쿠바무라(白馬村) 가미시로(神城)지구의 호리노우치(堀之內) 마을. 집에서 부인과 함께 잠을 자고 있던 요시자와 아쓰토시(吉澤諄俊·80)는 방 아래 쪽이 불쑥 솟아올라오는 것 같은 강한 흔들림에 눈을 떴다.

그 순간 지붕이 방안으로 무너져 내렸다. 양다리와 복부가 지붕과 방바닥 사이에 끼인 요시자와와 그의 부인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정전으로 사방은 암흑이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 뿐이었다.

경향신문

지난 22일 오후 발생한 규모 6.7의 강진으로 나가노현 하쿠바무라의 주택이 심하게 파손돼 있다. 연합


인근 주민들이 달려와 구조에 나서면서 요시자와의 부인은 무사히 빠져나왔다. 하지만 눈과 귀가 불편한 요시자와는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주민 3~4명이 지붕을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때마침 주민들의 안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마을을 돌던 회사원 미우라 요지(三浦洋二·61)가 이 모습을 봤다. 미우라는 근처의 건설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중장비(포크 리프트)를 긴급 동원, 지붕을 들어올린 뒤 요시자와를 구출했다.

구출된 요시자와는 “근처의 이웃들이 내 목숨을 구해줬다.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지난 22일 오후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나가노(長野)현 북부 하쿠바무라 일대에서 사망자가 1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현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구조활동 덕분이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 24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지진으로 진원지 인근인 하쿠바무라 일대에서만 43채의 건물이 전파되고 23명이 부상을 입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4명의 중상자 이외에 사망자는 단 1명도 안 나왔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지진으로 나가노현 일대에서 54채의 주택이 전파 또는 반파되고 중상자 7명을 포함해 41명이 다치는 피해가 났지만, 사망자가 1명도 나오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지진의 규모가 크고 진원의 깊이가 5㎞로 얕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정도의 피해규모는 놀라운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피해가 컸던 하쿠바무라 가미시로지구의 호리노우치마을에서는 지진이 발생한 22일 밤부터 이튿날까지 주민들의 필사적인 구출작전이 펼쳐졌다. 주택 붕괴 등의 피해를 입지 않은 주민들은 너도나도 붕괴한 집으로 모여들어 초기 구조활동에 나섰다. 붕괴된 한 주택에서는 주민 5명이 소방관과 힘을 모아 2살짜리 남아와 3살짜리 여아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76세대 220명의 주민들이 평소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면서 강한 유대감을 형성해 온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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