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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가계소득 늘었다지만… 가족들 삶은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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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소득 증가분이 임금소득 증가분 2배… 온 가족이 돈벌이에

60세 이상 시간제 근로·50대 여성, 서비스업 진출 등 두드러져

침체된 국내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계소득의 ‘질’이다. 23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임금통계로 본 가계소득 상황 및 시사점’ 보고서는 가계소득이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질적으로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가계 근로소득은 4.7% 상승한 반면 근로자 1인당 임금은 2.3~2.6% 정도 상승했다. 가계 근로소득 증가율이 근로자 1인당 임금 상승률을 2배가량 웃돌고 있는 것이다.

1인당 임금 상승보다 가계소득 상승이 높은 것은 불경기로 가장의 벌이가 시원찮게 되자 그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않던 주부나 중고령층이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의미이다.

경향신문

통계청의 고용자료 등도 이 같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올해 늘어난 시간제 근로자는 지난 8월 기준 14만9000명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7만9000명은 60세 이상이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시간제 근로자인 셈이지만 시간제 일자리의 40%가량은 월 임금 100만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50대 여성들이 보건·사회복지, 사업지원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에 적극적으로 진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지난 8월 기준 임금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223만원으로 지난해 8월보다 2.3% 증가에 그쳤다. 지난 1~8월 5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31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위원은 “최근 고용이 이례적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가구주의 소득부진, 가계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교육비 부담 등으로 인해 비경제활동 상태에 있던 여성·중고령층·청년층 등 가구주가 아닌 고용취약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3.5%)과 물가상승률(1.3%) 수준을 감안하면 명목 가계소득 상승률 4.7%가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계소득 증가가 가구주가 아닌 가구원의 소득활동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개인의 삶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힘든 것이다. 임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은 인구 고령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등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반영한 측면도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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