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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車 부품도 3D프린터로 만드니 훨씬 저렴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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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D프린터 대중화 성큼 ◆

매일경제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3D·가상현실 전시회’에 출품한 스트라타시스 부스. 휴대폰 케이스, 항공기 모형 등 다양한 제품이 눈에 띈다.


3D프린터용 제품 디자인과 출력 전문기업 글룩을 운영하는 홍재옥 대표는 한 지인에게 부탁을 받았다. 자동차 사이드미러 연결 부품이 망가졌는데 공업사에서 교체비로 15만원을 요구했다며 출력을 의뢰한 것이다. 마침 부품 도면도 있어 홍 대표는 플라스틱 수지를 사용해 손쉽게 출력했다. 새끼손가락 손톱보다 작은 크기 부품인 탓에 재료비도 10원에 불과해 따로 돈을 받지 않았다.

3D프린터에서 시작된 제조업 혁명은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진척된 상태다. 샘플이나 모형 만드는 정도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오산이다. 일선 산업현장에서 생활과 밀접한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3D프린터 용도별 활용 비중을 살펴보면 직접 부품 생산이 19%로 시제품 금형 비중 12%를 이미 넘어섰다.

3D프린터란 말 그대로 제품을 삼차원으로 출력하는 장치다. 입체 도면을 입력해주면 신호에 따라 3D프린터 속 노즐이 움직이면서 재료 물질을 분사해 형상을 만든다.

3D프린터를 활용하려면 도면을 제작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을 위해 범용 제품 3D 도면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싱기버스(thingiverse)’와 같은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3D프린터는 용도에 따라 산업용(B2B)과 소매용(B2C)으로도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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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3D프린터는 시제품이나 제품 생산 등 실전에 쓰인다. 미국 스트라타시스와 3D시스템스 두 회사가 주로 생산한다. 다양한 색상을 한번에 출력할 수 있는 데다 고무와 플라스틱 등 서로 다른 재료를 한번에 출력할 수 있다. 높은 성능에 걸맞게 가격대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이른다. 스트라타시스 최신 모델인 ‘오브젯 500 코넥스’ 가격은 5억원대며 3D시스템스 ‘sPRO’ 라인업에는 9억원대를 호가하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3D프린터는 연구소나 공장에서 시제품을 만들 때 주로 활용된다.

이에 비해 소매용 제품은 기능은 간소하지만 가격대가 저렴해 소기업과 가정에서도 쓸 수 있다.

현재 국내에는 20개 안팎 기업이 보급형 3D프린터를 만들고 있다.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제조기업 하이비젼시스템은 기존에 강점이 있던 로봇 기술을 응용한 ‘큐비콘 싱글’을 내놓았다. 다양한 색상이나 재료를 동시에 출력하는 기능은 없지만 단일 재료와 색상으로 출력하기엔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플라스틱 소재를 이용해 기념품과 얼굴 조각상, 꽃병, 컵 등을 출력할 수 있다.

오픈크리에이터와 애니웍스도 보급형 3D프린터를 내놨다. 최근에는 KAIST 학생들이 90만원대 3D프린터를 개발했고 대만 기업 XYZ프린팅도 100만원 미만 제품을 출시했다.

이들 3D프린터 역시 플라스틱 소재로 각종 소품을 출력할 수 있다. 금속 소재를 사용하는 3D프린터는 좀 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가격도 수천만 원에 달해 아직 가정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보급형 시장에서 저가 경쟁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 기업에서 만든 100만원대 제품을 구입했다는 김 모씨는 “이 정도 제품으로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며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마술상자를 기대하고 구입했는데 실망”이라고 말했다.

3D프린터에서 파생된 시장도 크게 B2B와 B2C로 나눌 수 있다. B2B는 기존 공법으로는 불가능하던 첨단기술 실현을, B2C는 다양한 개인 취향을 충족하는 것을 목표로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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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는 항공기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 노즐을 3D프린터로 생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20단계에 달하는 공정을 거쳐야 했지만 3D프린터를 적용하면 한번에 만들 수 있다. 구글은 부품을 3D프린터로 만드는 50달러짜리 조립식 스마트폰 ‘아라(Ara)’를 준비하고 있다.

B2C 사업 중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것은 출력소다. 나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액세서리나 기념품, 장식품 등 제작을 의뢰하는 것으로 수작업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3D프린터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도면화할 수 있는 기술과 후가공에 필요한 손재주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아직 업체 수는 7~8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디자이너 출신이 출력소에 많이 진출한다. 글룩은 디자이너 6명이 모여서 만든 기업이고 신기진 쓰리디커넥션 대표도 과거 디자인전문기업을 운영한 산업디자이너다. 이들은 도면 제작 기술은 물론 디자이너로서 감각이 있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출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제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는 게 강점이다.

글로벌 3D프린팅 시장에서 한국 지위는 많이 뒤처져 있다. 2012년 전 세계에서 팔린 3D프린터 중 한국에서 판매된 비중은 2.3%로 1위 미국(38.0%)과 격차를 논하기는커녕 인접한 일본(9.7%)이나 중국(8.7%)에도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국내에 판매되는 3D프린터 중 90% 이상이 수입산이며 연구기관이나 학교에 보급된 장비 중에는 비싼 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놀고 있는 장비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기준도 지금껏 없다가 지난달 말 열린 업계 간담회에서 전기안전(KC) 인증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김남훈 울산과기대 교수는 “미국이나 독일은 일찌감치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체계적으로 기술을 축적해 왔다”며 “3D프린팅이 부각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우리는 상대적으로 시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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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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